유럽중앙銀 "연말까지 제로금리 유지"…장기대출 부양책 꺼냈다

美·中 이어 긴축중단 동참

드라기 "침체 생각보다 깊다"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
1.7%에서 1.1%로 확 낮춰
유럽 경기 침체에 대응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연내 금리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시중은행을 지원하는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부양책을 시행한 중국과 최근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한 미국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확장적 통화 정책 대열에 동참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적용하는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현행 -0.40%와 0.2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ECB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는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길고 깊다. 유로존 성장 전망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었다”며 “지정학적 요인과 보호무역주의 위협, 신흥시장의 취약성 등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CB는 또 자산매입프로그램을 통해 상환되는 모든 자금을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ECB는 과거 두 차례 시행한 TLTRO를 오는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TLTRO는 유로존 시중은행들에 마이너스 금리로 자금을 빌려줘(채권 매입) 은행이 민간 부문 대출을 늘릴 수 있게 하는 경기 부양책이다. ECB가 TLTRO 카드를 급하게 꺼내든 것은 과거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에 지원한 7000억유로(약 893조원)가량의 TLTRO 만기가 올 하반기부터 돌아오면 은행들의 신용 경색과 경기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ECB는 2014년 9월~2016년 6월에 1차, 2016년 6월~2017년 3월에 2차 TLTRO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날 ECB가 공식적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바꾼 것은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유로존 경기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ECB는 올 3분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채권 매입(양적완화) 프로그램도 지난해 말 종료했다.그러나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2017년 2.2%에서 지난해 1.5%로 급락하면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ECB는 이날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을 1.1%로 하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지난 6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1.0%로 크게 낮췄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 1.8%를 3개월여 만에 0.8%포인트나 끌어내렸다.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애초 1.6%에서 이번에 0.7%로 조정됐다. 이탈리아 성장률은 0.9%에서 -0.2%로 수정됐다.

브렉시트도 유로존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OECD는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 경제가 올해 0.8%, 내년엔 0.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이 EU와 합의를 거치는 질서 있는 브렉시트를 가정한 추정치다. 영국이 오는 29일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고 노딜 브렉시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영국과 유로존 모두 경제 전망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OECD는 “영국과 EU의 합의 없이 이뤄지는 탈퇴는 유럽은 물론 세계 다른 지역 경제에도 중대한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현일/추가영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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