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고'에도 동창리 복구 계속하는 北…美대응 주목

美최대압박 공세 속 동창리發 파장 확산…트럼프 대통령 대응 관심
판 깨지 않는 선에서 대북 경고 수위 높여 ICBM 위협 부각 제어할 듯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를 빠르게 진척시키는 신호가 연달아 포착되면서 미국의 대응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시험이 이뤄졌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고리로 영변핵시설 폐기를 통한 제재완화 시도가 좌절된 북한이 대미 압박을 본격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어 가뜩이나 기로에 놓인 북미협상이 더욱 안갯속에 빠질 수 있는 형국이다.

7일(현지시간)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전날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토대로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시험대를 재건하려는 공사가 빠른 속도로 계속되고 있다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이날 동창리 발사장이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며 38노스와 같은 내용의 분석을 내놨다.이 분석이 맞다면 북한이 중대 비핵화 조치의 하나로 내세우며 활동을 중단시켰던 동창리 발사장을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며칠 되지 않아 예전의 정상가동 상태로 돌려놓은 셈이다.

미국이 정보자산을 동원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창리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보도 이후 계속해서 복구 작업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 미국 본토에 직접 위협이 되는 'ICBM 카드'로 미국에 압박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일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복구 움직임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전날 판단은 이르다면서도 "(사실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매우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경고한 상황이라 북한의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자칫하면 2차 정상회담 결렬이라는 돌발 상황에 직면한 북미가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과 '동창리 맞불'이라는 대치 국면에 진입,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북미협상의 향방에 한층 암운을 드리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대북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연달아 TV 인터뷰로 최대압박을 내세워 '빅딜' 수용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 복구로 대미 북핵 위협을 선명히 하는 전략으로 맞서는 상황으로 국면이 빠르게 전환되는 셈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에 재차 출연, 북한과의 후속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북한이 '큰 그림'을 살펴볼 준비가 돼 있다면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해 압박을 계속했다.상업 위성 외에 다른 정보들도 갖고 있다며 동창리를 들여다보고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제 볼턴 보좌관을 전면에 내세워 선제적 대북 압박 행보에 나섰던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이다.

일단 동창리 복구 동향 보도에 '매우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경고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며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택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경고 수위를 좀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미협상의 최대 성과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거듭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ICBM 카드'에 손대는 상황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나쁜 합의보다는 합의를 안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미국 내 여론이기는 했지만 동창리 동향에 따라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주 내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을 통해 협상의 맥을 이어가려 해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판을 깨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그렇다 해도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한층 확산한 상황이라 동창리발(發)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