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민영화 20년만에 확정…"고용·협력업체 유지"

신임 사장에 내부출신 이성근씨…권오갑 "노조 집단행동도 이해"
이동걸 "영구채 협상 타결"…현대重 "기업결합심사, 최대한 빨리"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넘기는 본계약이 8일 체결됐다.이동걸 산은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이날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대우조선 지분 인수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날 계약으로 산은은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 지분 56%를 출자하고, 한국조선 주식(전환우선주 1조2천500억원 포함)을 받는다.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로 한국조선에 1조2천500억원을 주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2천500억원을 추가한다.이 돈은 대우조선 차입금 상환에 쓰인다.

한국조선은 현대중공업(지분율 100%), 삼호중공업(80.5%), 미포조선(42.3%), 대우조선(약 68%) 등 4개 조선 계열사를 둔다.

산은은 대우조선 2대주주가 된다.
이 회장과 권 부회장은 서명 직후 공동발표문에서 대우조선 민영화에 대해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산업인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고용을 안정시키고, 조선업을 더욱 발전시키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우조선에 대해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더라도 현재의 자율적 책임경영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다만 "기초연구 관련 조직의 협업체계 구축 및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을 통해 기술력과 경쟁력을 제고시켜 대우조선의 가동률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의를 밝힌 정성립 사장의 후임으로는 이성근 부사장(조선소장)이 내정됐다.

공학박사 출신으로 대우조선 설계부문장과 기술총괄전무 등을 거쳤다.

이 회장은 "회사 사정에 정통한 내부 인사로서 이 분이 선임됨으로써 일각에서 막연하게 우려하는 영업생산 차질을 없앨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권 부회장은 대우조선 근로자에 대해 "고용안정을 약속한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들은 "생산성이 유지되는 한 대우조선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보장은 기존 현대중공업그룹과 동일한 조건으로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우조선) 협력업체와 부품업체는 지역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라며 "대외 경쟁력이 있는 협력업체와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협력업체의 약 4분의 3이 현대중공업그룹과 거래하고 있어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별도로 대우조선 노조에 대해 "집단행동 하는 것도 이해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결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민영화의 남은 과제 중 하나인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 영구채 처리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해 수은과 공동협의체를 꾸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수은 영구채 협상은 적절한 상업적 판단에 따라 수은과 현대중공업이 타결을 봤고, 계약서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2조3천억원 규모의 영구채 금리를 깎아줘 현대중공업의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영구채를 당분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아 현대중공업 경영권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20년 만의 민영화에 최대 관건인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가 사장은 "지금은 낙관이냐 아니냐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최대한 빨리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학계, 산업계, 정부가 참여한 '한국조선산업 발전협의체'(가칭)를 구성, 조선산업 생태계의 복원과 협력사 간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9차 산업경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 민영화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산은은 이 자리에서 "대우조선의 근본적인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