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원 차출 최소화, 전문가 그룹 전면 배치…총선 대비한 개각
입력
수정
지면A3
진용 갖춘 문재인 정부 2기 내각문재인 대통령이 8일 단행한 7개 부처 개각의 키워드는 ‘전문성’과 ‘탕평’ ‘총선’으로 요약된다. 정부 출범 초기 참신한 인물이나 중량감 있는 인사를 중용한 데 반해 이번엔 교체 장관 7명 중 5명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낙점했다. 정치인 2명도 당내 비주류와 비문(비문재인)계로 채웠다. 반면 야당 인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당 내 탕평’에 그치면서 총선용 개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명 중 5명이 학자·관료 출신…靑, 국정쇄신 가속 의지
진영·박영선 불출마 전제로 입각…의원 장관 4명은 黨 복귀
한국당 "외교·안보 라인은 제쳐둔 총선 올인 개각" 비판
국정성과 ‘드라이브’ 포석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문 대통령의 ‘일하는 내각’을 지향하는 고심이 묻어났다”고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경제성과 부진 및 공직기강 해이 사태 등으로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어 인적 쇄신을 통해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인사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정책성과를 거둬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이번 개각의 취지다.문 대통령은 새해 들어 틈만 나면 “이제는 구체적인 정책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관 교체가 이뤄진 7개 부처 가운데 5곳의 수장을 학계·관료 출신으로 채운 것은 집권 초기의 정무능력보다 정책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방증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12월 개각 이슈가 불거진 뒤 3개월 동안 중량감 있는 각계의 고른 인사 등용에 실패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란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위공무원 7대 배제원칙 등 검증기준이 높아져 인사 등용에 한계가 있다”며 “또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점도 전문인사를 발탁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총선 대비용 개각 한계도이번 개각의 계기가 무엇보다 4명 현역의원 출신 장관의 당 원대 복귀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총선용 개각’이라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정치인 입각 역시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눈에 띄는 점은 정치인 출신 중 당내 비주류인 진영 의원과 비문계 인사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이 발탁됐다는 점이다. 이번 입각이 통합과 탕평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 대통령의 의중과 상관없이 2명 비문 의원의 낙점은 3명 노무현 정부 인사의 발탁에 따른 ‘코드인사’비난을 희석시키는 효과도 있다. 김연철 통일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친문(친문재인)계 반발이 적잖은 두 의원이 입각 명단에 오른 것은 당의 내년 총선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선 두 차례 개각과 달리 현역의원 차출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긴밀한 사전조율을 거친 것도 개각이 늦춰진 배경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2명 중진의원의 입각을 놓고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의 개혁 및 물갈이 공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말들이 나온다”고 말했다.야당 ‘점입가경’ 인사 비판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개각에 대해 ‘적재적소’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총선을 앞둔 ‘점입가경’ 인사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이날 개각 발표 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하고 민생경제를 책임질 문재인 정부 2기 개각”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한국당은 “교체하라는 외교안보 라인은 제쳐둔 ‘총선 올인, 점입가경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번 개각에는 안보 파탄, 경제 파탄, 민생 파탄에 대한 고려가 없고 오로지 좌파독재를 위한 레일 깔기에 골몰한 흔적만 보인다”고 지적했다.바른미래당도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현직 장관과 ‘장관 스펙 희망자’의 바통 터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