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300억대 봄맞이 경매 '빅 매치'…아트테크에 도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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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K옥션, 총 326점 세일주식 및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트테크는 화가의 그림이나 보석 및 가구 디자인, 고악기, 고미술품 등 예술품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12일 117점 경매 서울옥션…60억대 김환기 '항아리' 눈길
20일 209점 내놓는 K옥션…16억 이우환 그림으로 승부
국내 양대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이 새봄을 맞아 아트테크를 위한 대규모 경매 잔치를 벌인다. 서울옥션은 12일, K옥션은 오는 20일 경매를 열고 국내외 인기 작가의 작품과 도자기, 고서화 등 326점을 올린다. 두 회사가 내놓은 작품의 추정가 총액은 약 300억원에 이른다. 미술 투자자들을 흥분시킬 만한 김환기와 이우환의 작품은 물론 고미술, 고악기, 보석 디자인까지 작품 영역을 넓혔다.지난해 기업이나 거액 자산가, 30~50대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에 뛰어들어 낙찰총액을 2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린 만큼 올해도 이들의 강한 매수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박수근·이중섭·도상봉 등 작품 주목
서울옥션은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개최하는 봄철 경매에 김환기 그림을 비롯해 박수근 이중섭 도상봉 등 거장들의 수작 117점(150억원대 추정)을 한꺼번에 경매에 부친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추정가 60억원에 나온 김환기의 1957년 작 반구상화 ‘항아리’다. 가로 145㎝, 세로 88.5㎝ 크기로 진한 청색 바탕에 부드러운 선으로 도자기, 매화, 학, 달을 담았다. 김환기의 반구상 작품 최고가 기록을 세운 1954년 작 ‘항아리와 시’(39억3000만원)를 넘어설지 주목된다.이중섭이 1956년 그린 양면화 ‘돌아오지 않는 강(3억~4억원)’, 박수근이 1960년 서울 창신동 풍경을 담은 ‘집골목’(4억5000만원), 도상봉의 1971년 작 ‘정물’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경매에 올린다.
고미술품으로는 고려시대 제작된 불화 ‘아미타불도(阿彌陀佛圖)’를 추정가 30억원에 내놓았다. 부처가 극락정토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잡아낸 ‘독존 아미타여래도’다. 가슴의 만자문(卍字文), 삼각형 장신구, 옷에 담긴 둥근 연화 무늬, 금문양 기법 등이 고려 불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궁중채색화 ‘요지연도’, 단원 김홍도의 ‘고사소요도’ 긍재 김득신의 ‘기려문답도’, 표암 강세황의 ‘매화도’ 등 옛 그림도 고루 출품했다.천경자·김창열·구사마 등 구매 기회오는 20일 근현대 미술품 등 209점(150억원)을 경매하는 K옥션은 프랑스 유명 미술관 퐁피두센터 메츠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우환의 작품을 전략 상품으로 내걸었다.
1987년 제작한 150호 크기의 대작 ‘바람과 함께’는 짧아지고 정렬돼 가는 붓 자국에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추정가는 12억~16억원. 김환기의 작품도 11점(약 30억원)이나 경매에 부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환기 열풍’이 이어질 거란 판단에서다. 1957년 작 반구상화 ‘정원Ⅱ’(7억~10억원), 1958년 작 ‘산’(2억~3억원), 1968년 작 점화 ‘10-V-68 #19’(3억8000만~6억원)이 눈길을 끈다.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김창열 등 거장들의 작품도 두루 내놓았다.
K옥션은 또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섹션을 마련했다. 백범 김구, 우남 이승만, 의암 손병희, 해공 신익희의 글씨를 비롯해 의암 유인석과 최익현 등 의병 14명이 쓴 간찰(簡札·옛 한문편지·1200만~3500만원), 매천 황현·조병세·민영환 등 순국선열들이 쓴 편지 9점(1000만~3000만원), 1898~1909년 조선에서 발행된 독립신문과 대한신보 창간호, 대한매일신보 창간호 등 신문 52점(1200만~3500만원)을 경매에 올린다.해외 미술품으로는 중국 작가 위에민준, 일본 구사마 야요이, 미국 로버트 인디애나 작품을 경매한다. 출품작은 20일까지 K옥션 경매장에서 전시되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도현순 K옥션 대표는 “국내외 경제에 불안감이 엄습하자 미술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술품 같은 투자처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아트테크 취지를 살리면서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도 별미”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