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교안 "5.18 징계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인터뷰
“법인세 인하는 기업봐주기 아닌 경제살리기”
“대표 취임 후 내 앞에서 친박 얘기 꺼내는 사람 아무도 없어. ”
5.18 징계 관련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할 것”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를 만난 40분의 시간 동안 절반의 시간을 차지한 키워드는 단연 ‘경제’였다. 검사 출신으로 국무총리까지 지내며 평생 공직에 몸담은 그는 비록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현 정부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며 경제 문제를 가장 많이 얘기하고 싶어했다. 5개월 여 간의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수출·성장률·실업률·주식시장 등 경제지표가 비교적 좋았다는 점은 그에게 자신감을 주는 부분이다.황 대표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을 보더라도 법인세를 다 낮추는 추세”라며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걸 기업봐주기 라는 시각으로 봐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이 만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게 황 대표의 지론이다.

지난 1월 한국당에 입당하는 것으로 정치를 처음 시작한지 두달여가 된 그는 점차 ‘공직자’의 모습을 벗고 정부·여당을 겨냥해 거친 비판을 서슴치 않는 ‘정치인’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당 대표가 되신지 불과 5일만에 신속하게 당직 인선을 마쳤습니다.“한국당의 상황이 매우 어렵습니다. 비상대책위 체제가 7개월이 지속됐을 만큼 당내 상황이 어려웠습니다. 당을 빨리 안정시키려면 내부 시스템부터 정착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아직 그 과정(인선)이 모두 끝나지 않았습니다.”

◆‘계파는 없다’고 강조하셨지만 차기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직에는 정치성향이 비슷한 분들이 많이 배치된 것 아닙니까.

“당에서 ‘친박(친박근혜)’ 가 많다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입당 후 한 번도 친박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친·비박이 누군지 알지도 못할 뿐더러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얼마 전 새로 당직 인선되신 분들과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근데 제 앞에 앉은 분들 대부분이 소위 다 ‘비박’ 이라고 불리는 분들이라 하더라구요. 이게 무슨 편향인가요.”◆향후 남은 당직에 대한 인선은 어떤 식으로 처리합니까.

“현재 급한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전략부총장은 (추경호 의원으로) 일단 임명이 됐습니다. 조직부총장은 어떤 모델로 하는 게 좋을까 고민 중입니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전체 인사의 틀이 다 짜여진 후 결정할 생각입니다.”

◆지난 당 대표 경선 당시 여론조사 부분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50.2%로 1위를 했습니다. 오 전 시장이 내건 ‘합리적 중도보수’를 어떻게 껴안을지가 숙제로 남았습니다.“이제는 후보로 나섰던 분들이 나뉘어 있을 게 아니라 당연히 힘을 합쳐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모두 함께 해야 합니다. 지지계층을 넓히는 게 바로 당 대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당은 한 사람이 소유하는 정당이 아닙니다. 이념적으로 중도에 계신 분들도 헌법 가치와 한국당의 가치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누구든 영입할 수 있습니다. 저에 대한 평가나 선호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한국당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5·18 망언 논란에 연루된 한국당 일부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유야무야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 중요한 사안인 것이 맞습니다. 국민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결정할 것입니다. 가급적 조속하게 처리할 예정이지만 언제까지 마치겠다는 식으로 시기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뜨거웠던 이유는 당 대표가 가지는 총선 공천권 때문이었습니다. 차기 한국당의 공천 방향은 무엇입니까.

“상향식 공천이니 하향식 공천이니 정치공학적으로 구분할 일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공천’입니다. 어떤 형태는 공정한 공천이 되면 당원 대부분이 수긍하지 않을까요.”

◆청년·여성 공천할당제 등 정치신인을 공천에서 배려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실 계획입니까.

“청년 공천은 중요한 착안점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정’이라는 가치가 담보돼야 합니다. 전문적인 영역이 있는지 등 여러가지를 검토할 수 있는데 어떤 방식이든 공정한지 따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연일 비판하셨습니다. 대안은 있습니까.

“사실 경제를 살릴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시장에서 잘 이뤄지게만 하면 됩니다. 일단 소득주도성장은 잘못된 성장론인만큼 시급히 폐기해야 합니다. 다만 경제적 약자가 다른 강자에 의해 억지로 합의를 강요당하는 일, 즉 자율적 시장경제의 폐해는 막아야겠죠. 이런 일들을 적절하게만 잘 하면 시장이 살아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2017년도에 과학기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후 관계부처 협의를 주관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땅과 경제규모가 적으니 해외로 진출하자는 ‘사방의 길 프로젝트’를 추진했지요. 기업들에게 알아서 해외로 진출하라는 게 아니라 장관이 직접 같이 가서 세일즈를 함께 하는 방식입니다. 돈도 빌려주는 게 아니라 투자하자고 했습니다. 창업벤처는 실패하면 곧장 망합니다. 돈을 갚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5개월 만에 권한대행 직을 마쳐 비록 단기간이지만 그렇게 하니 시장이 살아나고 경제성장률이 올라갔습니다. 오랫동안 검증된 성장이론을 적용한 것이지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주장한 규제개혁 노력이 별 소용이 없다고 느끼는 기업인이 많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정말 의지를 갖고 규제를 개혁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풀어낸 규제가 만여 건입니다. 하지만 또 새로 규제가 생겨났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개혁 성과가 많이 부족했던 것은 맞지만 당시 정부는 규제 혁신에 대한 확고한 입장이 있었습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반대가 거셌습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샌드박스도 전 정부에서 만든 겁니다.”

◆법인세를 놓고 국회가 매년 인상할지 내릴지 대립하고 있습니다.

“법인세는 낮추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가 아닙니까. 그런데 법인세 인하를 ‘기업 도와주기’라고 오해하니 문제입니다.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라고 홍보해야 합니다. 기업이 법인세를 낮추면 벌어들인 수익을 사회를 위해 환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겁니다.”

◆경선 당시 TV토론에서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중소기업 간 공동 노력으로 얻은 이익을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는 토론에서도 시장경제에 맞지 않다고 분명히 말한 바 있습니다. 기업이 많은 수익을 내고도 환원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하도록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현안에서 ‘예 아니오’ 식으로 딱부러지는 입장을 내지 못해 ‘황세모’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제가 결정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답하지 않아야 할 내용까지 한 쪽으로 답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요. 물론 답할 수 있는 것은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얘기까지 오냐 엑스냐에 줄서라고 하는 것은 초등학생만도 못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안들은 ‘세모’라고 말한 겁니다.”

◆이제 정치인이 되신 만큼 공직자일 때보다는 좀 더 뚜렷하게 메시지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지적입니다. 다만 선명하게 얘기할 수 없는, 말하기 쉽지 않은 사안은 그 상황에 맞게 얘기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박종필/하헌형 기자 jp@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