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진통 끝에…독일 1·2위 은행 합병 수순

도이체방크 이사회 찬성 결의
성사 땐 글로벌 10위 은행 탄생
둘 다 부실…노조 설득이 변수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2위 코메르츠방크와의 합병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독일 양대 시중은행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글로벌 10위권 은행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 이사회가 코메르츠방크와의 합병 방안에 찬성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독일 금융당국은 그동안 두 은행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두 은행 경영진과 다른 주주들의 반대로 난항을 거듭했다.
독일 정부는 이번 합병을 통해 글로벌 금융회사와 경쟁할 만한 대형 금융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부터 대형 은행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의 자산 규모는 세계 1위 중국공상은행 자산 규모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두 은행의 자산을 합하면 2조3100억달러(약 2626조원)에 이른다. 단순 합산하면 세계에서 열 번째로 크다.

합병이 두 은행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독일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한 탓에 실적 악화를 겪었다. 코메르츠방크는 2009년 잘못된 인수합병(M&A)으로 부실 자산을 다량 떠안으면서 경영이 악화됐다. 두 회사 주가는 지난 10년 동안 각각 90%나 하락했다.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합병이 독일 금융계 내 위험 요인만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부실 은행 두 개를 합친다고 우량 은행이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독일 한델스블라트는 “두 은행의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주주와 노조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합병이 결렬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