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출석에 긴장감 흐르는 광주법원…"죗값 치러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 명예훼손 사건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하는 11일 광주지법 법정동 앞은 긴장감이 흘렀다.

전씨가 걸어 들어갈 법정 입구는 전날부터 법원 측이 설치한 통제선으로 가로막혀 있었다.법원 관계자들은 법정 바로 앞에 있는 쪽문의 출입을 통제하며 혹시 모를 불상사에 철저히 대비했다.

전 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지만, 법정 앞은 이른 아침부터 미리 취재 준비를 하려는 취재진 100여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취재진은 각자 취재할 위치를 의논하며 전씨가 도착했을 때 혼란을 막기 위해 대비했다.법원 측과 사전에 취재 방식 등을 협의한 이들은 통제선을 따라 방송 카메라 등 취재 장비들을 빼곡히 들여놓고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전 씨의 차량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는 쪽문 인근 도로에는 출석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 위한 방송 차량 십여대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법원이 가장 잘 보이는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가 생방송으로 중계를 하기도 했다.'전 씨의 법정 출석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인간 띠를 잇기로 한 평화시위대는 이날 오후부터 집결할 예정이어서 오전 시간 동안 법원 앞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법원 앞에서 펼쳐지는 생소한 풍경에 길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취재진의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기도 했다.

법원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한다는 김재민(81) 씨는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모여있는 것은 처음 본다"며 "전 씨가 광주에 오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그는 "전 씨 같은 사람이 대통령을 했다니 기가 막힐 뿐"이라며 "이번 재판으로 전 씨의 거짓말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역사 왜곡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 건너편에 있는 초등학교에 자녀 3명을 데려다주던 한 학부모는 자녀들에게 취재진이 모여있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초등학생들은 이러한 모습이 신기한 듯 쉬는 시간마다 창문을 열고 취재진의 모습을 구경했다.

법원 앞을 지나던 주민 김신덕(64) 씨 역시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억울하고 원통한 사람들이 있는데 회고록에 거짓말을 쓰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며 "사죄는 사죄대로 해야 하고 죗값은 죗값대로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전 씨는 이날 오전 8시 32분께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자택에서 걸어 나와 준비된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광주지법으로 출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