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사노위 보이콧 3명 참석 약속 파기…특단대책 마련"

본위원회 의결 무산 직후 기자회견…"아무 결정도 못 하는 사태 이르러"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11일 청년·여성·비정규직을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3명의 '보이콧'으로 파행을 겪는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밝혔다.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경사노위에서 3차 본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 대표들은 대통령이 주관하는 사회적 대화 보고회도 무산시켰고 참석 약속을 두 번이나 파기했다"며 "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위원회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방안 등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는 지난 7일 2차 본위원회에 이어 이날 3차 본위원회도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를 못 채워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포함한 안건을 의결하지 못했다.2차 본위원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회도 할 예정이었는데 이 또한 무산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는 재적 위원 18명의 과반수가 출석하고 노·사·정 각각 절반 이상의 위원이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가 채워진다.

현재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4명이다.문 위원장은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은) 어제 밤늦게까지도 (3차 본위원회에)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회의 개최 5분 전에 문자로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2차 본위원회를 앞둔 시점에서도 이들 3명 가운데 청년·여성 대표 2명이 막판에 입장을 바꿔 불참을 통보해 본위원회가 파행에 빠졌다.

문 위원장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들을 각각 두 차례 만나 설득작업을 했다.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도 이들을 만났다.

이때만 해도 본위원회에 참석할 것처럼 보인 이들이 막판에 불참으로 돌아섰다는 게 경사노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사노위에 불참 중인 민주노총 관련 조직의 압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의 경사노위 보이콧을 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사이에도 설전이 오갔다.
문 위원장은 "본위원회 참석 약속을 했으면서도 두 번이나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위원회는 대단히 엄숙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이분들은 법에 의해 성실하게 협의에 임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이 세 분의 최근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히 인식하고 있고 대응 방안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임위원은 "두 차례에 걸쳐 본위원회가 의안 상정을 못 하는, 아무 결정도 못 하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며 "위원회의 효율적 운영과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는 긴요한 과제로 등장했다"고 부연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의 보이콧이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관련법 개정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본위원회 의결은 형식적 절차인 만큼, 국회는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토대로 법 개정에 착수할 수 있다.

문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은 일단 논의 경과를 국회에 보내고 오늘 의결 예정이었던 안건은 본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상임위원은 "법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협의 기구"라며 "의제별 위원회와 업종별 위원회 합의가 반드시 본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효력을 발휘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사노위는 조만간 4차 본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4차 본위원회도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의 불참으로 파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문 위원장은 "ILO 협약 비준 논의와 관련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관해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경사노위에서 진행 중인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둘러싸고 경영계 요구를 대폭 수용한 합의안이 마련됐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이 도는 데 대해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