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美 환경단체 대표의 2년 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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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2년 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취재할 당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미국 환경단체 대표가 한국 정부와 공론화위원회에 보낸 한 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정부가 탈(脫)원전을 강행하고 환경단체들이 이를 앞다퉈 옹호하는 와중에 이 환경단체 대표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원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경고를 한국 정부에 보냈다. ‘탈원전=친환경’이라는 등식을 종교적 신념처럼 따르던 국내 환경단체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서한을 보낸 사람은 ‘환경진보’라는 환경단체를 이끄는 마이클 셸렌버거였다. 국내 환경단체 일각에서는 ‘사이비 환경단체 대표가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2008년 미국 타임지가 ‘환경의 영웅’으로 선정한 인물이었다.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원전 가동을 줄이면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고 결국 대기오염도 악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논리였다. 1㎿h의 전력을 생산할 때 석탄은 초미세먼지를 120g, LNG는 15g, 원전은 0g 발생시킨다.미세먼지가 일상이 돼버린 요즘 셸렌버거의 ‘경고’가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현 정부가 원전 가동을 줄이자 발전원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0.0%에서 지난해 4분기 26.1%로 감소했다. 반면 석탄발전은 39.6%에서 40.5%로, LNG발전은 22.4%에서 26.2%로 늘었다.
요즘 국내 환경단체들은 “미세먼지 문제에 너무 조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전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보다 미세먼지의 해악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더 많을 텐데 이들은 여전히 탈원전에 몰두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종교환경회의 등 57개 단체, 200여 명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8주기를 맞아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탈원전 가두 시위를 벌인 게 대표적이다. 이를 소개한 기사에는 “미세먼지와 관련해선 왜 아무 말도 안 하느냐”는 댓글이 이어졌다.
환경운동은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국내에도 셸렌버거처럼 ‘다른 시각’을 지닌 환경운동가가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