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법정 선 전두환…재판 도중 '꾸벅꾸벅'

헤드셋 끼고 신원 확인은 '또박또박'…알츠하이머 논란 무색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꾸벅꾸벅 졸며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전 씨는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11일 오후 2시 30분께 광주지법 형사법정 201호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고인 대기석에서 재판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린 전 씨는 부축을 받지 않고 스스로 피고인석으로 걸어가 앉았다.

피고인 및 변호인석은 재판장의 왼쪽에 모두 4자리가 마련돼 있었고, 전 씨는 이 가운데 재판장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신뢰관계인 자격으로 함께 온 부인 이순자 씨도 전 씨의 뒤를 따라 걸어 나와 그의 옆에 앉았다.

전 씨는 재판장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뒤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로 생년월일을 묻자 "죄송합니다.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말했다.전 씨는 법원 측이 제공한 검은색 헤드폰을 착용한 뒤 머리에 잘 맞지 않는 듯 몇번을 고쳐 쓰기도 했다.

헤드셋을 낀 전 씨는 재판장이 다시 한번 이름과 생년월일 등이 맞는지 묻자 "네 맞습니다"라며 비교적 또렷하게 말했다.

전 씨는 재판장의 질문에 답변할 때마다 몸을 앞으로 숙이며 공손한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본격적인 재판 절차가 시작되자 검찰은 전 씨의 범죄혐의를 요약 진술하며 프레젠테이션 자료(PPT)를 활용했다.

가장 가장자리에 앉아있던 전 씨는 벽에 걸린 모니터와 피고인 자리에 설치된 모니터를 번갈아 보다가 잘 안 보였던지 이순자 씨와 자리를 바꿔 앉았다.

전 씨는 PPT 자료가 한 페이지씩 넘어갈 때마다 몸을 앞으로 숙여 모니터 글씨를 꼼꼼하게 읽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 씨는 검찰이 헬기 사격에 대한 부분을 발언하자 인상을 살짝 찌푸리기도 했다.

검찰의 발언이 길어지자 전 씨는 몸을 등받이 쪽으로 기울여 앉아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씨는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기 시작했다.

전 씨는 변호인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진술 시간에도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전 씨는 변호인의 발언에 종종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변호인이 검찰의 주장을 요약하는 부분 등에서 보인 모습이어서 의미 없는 끄덕임으로 비쳤다.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이 끝나고 재판이 마무리되자 전 씨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방청을 하고 있던 한 남성이 벌떡 일어나 "전두환은 살인마"라고 외쳤고, 다른 방청객들도 거친 발언을 이어갔다.
전 씨는 소리친 남성에게 할 말이 있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지만, 법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말을 삼키고 다시 몸을 돌려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갔다.

법정 밖으로 나온 전 씨는 성난 시민들과 취재진에게 가로막혀 힘겹게 차량에 올라탔지만, 수난은 계속됐다.시민들이 그의 차량으로 몰려들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전 씨는 경찰의 경호로 도망치듯 법원을 빠져나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