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세먼지가 푼 규제…LPG車 누구나 산다

與野·산업부 합의

미세먼지 줄이기 위해
관련 규제 모두 풀기로
택시와 렌터카 등으로 사용이 제한된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 일반에도 허용될 전망이다. 휘발유와 경유차에 비해 배출가스가 적어 미세먼지 줄이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당정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11일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당정은 LPG 차량 규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PG 차량 규제를 모두 풀 방침”이라며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차인 LPG 차의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LPG 차량은 1982년 도입됐지만 택시 렌터카 관용차 외에 국가유공자 장애인용 등으로 한정돼 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지도부는 지난 7일 LPG 차량 규제 완화를 담은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LPG 차의 경우 규제를 얼마나 풀 건지가 관심사였는데 여당이 전면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 관계자도 “그간 LPG 차를 규제한 이유는 연료 수급 불안 때문이었다”며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전면 폐지해도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도 규제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산자위 법안소위원장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규제 폐지에 소극적인 점이 변수로 꼽히나 바른미래당 지도부조차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란 입장이어서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회는 12일 산자위 법안소위, 13일 본회의를 열어 LPG 차 규제 완화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LPG車 일반에 허용…LPG가격도 오를까

LPG 차량은 1982년 택시를 시작으로 시중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후 규제가 찔끔찔끔 풀리긴 했지만 여전히 일반인은 구매하기 어렵다. 용도별로는 택시 렌터카 관용차 등, 사용자별로는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 외에는 LPG 차를 사거나 이용할 수 없다. 이런 탓에 LPG 차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12년 241만5000대였던 LPG 차는 지난해 203만5000대로 40만 대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차량이 430만 대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LPG 차의 가장 큰 장점은 싼 연료비다. LPG의 주유소 판매가격은 L당 약 800원으로 휘발유(1350원), 경유(1250원)보다 크게 저렴하다. LPG 차 규제가 풀리면 경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크게 넓어지리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당정은 규제 폐지가 대기오염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LPG 차 배출가스 평균 등급은 1.86으로 휘발유차(2.51), 경유차(2.77)보다 친환경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LPG 차 규제가 폐지되면 2030년 기준 질소산화물(NOx)이 최대 7363t, 초미세먼지(PM 2.5)는 최대 71t 감축될 것이란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도 있다. 환경피해비용은 3327억~3633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LPG 차 보급이 늘면 경유차와 휘발유차 판매가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유업계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LPG 가격이 오를지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PG 규제가 풀리면 약 3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고 기획재정부가 LPG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LPG 차는 택시업계에서 많이 쓰기 때문에 세금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친환경차의 최고 단계인 전기·수소차 보급 속도가 빨라 LPG 차가 기대만큼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1년 338대에 그쳤던 전기차는 작년 말 5만7000대로 늘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LPG 차가 낮은 연비와 힘이 달린다는 점 등을 얼마나 개선할지가 판매 확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