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자율주행 서비스산업 성장할 수 없는 환경"

서승우 서울대 교수 인터뷰

"경제 규모에 비해 투자 빈약
규제도 심해 차라리 해외 가라"
2017년 12월,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토르드라이브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옮기기로 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무관심과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 때문에 미국에서 활로를 찾기로 했다.

이후 국내 사정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토르드라이브 창업자인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는 “한국은 여전히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무관심하다”고 말했다.서 교수는 지난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자율주행 분야 투자가 너무 빈약하다”며 “투자도 인재도 없으니 업체들이 자꾸 해외로 눈을 돌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로 자율주행 서비스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을 들었다. 완성차 제조 기술이 없는 스타트업은 자율주행 기술로 무인 택시, 무인 화물배송 등 서비스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무인차 주행이 불법이어서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펼치기 어렵다. 토르드라이브는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옮긴 후에야 비로소 무인차 배송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서 교수는 “국내 규제 환경이 결국 인재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자율주행 기업들이 나오지 않으니 유능한 인재도 몰려들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는 2030년까지 국내 자율주행산업에서 석·박사급 인재 638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그는 “그나마 있는 인재도 대기업이 싹쓸이하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은 인력을 구하기 너무 힘들어 해외에서 스카우트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이 자율주행 서비스산업에 무관심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토르드라이브는 지난 2월 이마트와 자율주행 배송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과 처음으로 맺은 사업 제휴였다. 서 교수는 “국내에선 하드웨어 개발에만 관심이 있어 그동안 자율주행 서비스 개발업체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에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하라고 주문했다. 국내에서 시간을 허비하다간 성장할 시기를 놓친다고 했다. 토르드라이브도 설립 후 2년이 지난 작년 5월에야 첫 투자를 유치했다. 서 교수는 “처음부터 미국에서 사업했다면 투자를 더 빨리 받았을 것”이라며 “자율주행산업 저변이 넓어지려면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