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반등장서 '이름값' 못한 헤지펀드…"3월부터 수익률 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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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폴리오·라임·빌리언폴드 등
줄줄이 수익률 '마이너스'
"삼성전자 급반등 예상 못해"
타임폴리오 펀드도 연초 마이너스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헤지펀드 설정액은 27조35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중반께 20조원을 돌파한 이후에도 점진적으로 자금이 늘고 있다. 2월 한 달 동안에는 약 2조3000억원이 몰렸다.
하지만 뜯어보면 신한금융투자의 채권투자 헤지펀드에 자금이 몰렸을 뿐이다. 주식을 사고파는 헤지펀드에서는 자금 이탈이 심심찮게 나타났다. 연초 코스피지수의 선전에도 상당수 헤지펀드가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7.56%)과 무관하게 마이너스 수익에 허덕이고 있다.
헤지펀드 강자로 꼽히는 곳일수록 분위기가 좋지 않다. 헤지펀드 선두주자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주력 펀드 모두 올해 2월까지 2~3%대 수준의 손실을 내고 있다. 멀티 전략을 구사하는 ‘타임폴리오 The Time-M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수익률은 -3.01%다. 한 달 새 타임폴리오 헤지펀드에서 400억원가량이 순감했다.타임폴리오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장 출신인 안형진 대표가 주도하는 빌리언폴드자산운용도 덩달아 부진하다. 주력 펀드의 올 들어 수익률은 -3% 안팎 수준이다.
라임자산운용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기간 ‘라임 새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 수익률은 -4.17%에 머물고 있다. 이 펀드도 롱쇼트 투자와 메자닌 투자 등을 병행하는 멀티 전략을 구사한다.
박건영 대표가 이끄는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 전문사모투자신탁 태백 1호’도 -3.50%로 부진했다.“3월부턴 헤지펀드가 유리”
헤지펀드 성과 부진은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를 거의 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등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 1~2월 동안 삼성전자의 상승률은 16.53%에 달했다.
공모펀드는 시총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 담아야만 코스피지수 성과를 추종할 수 있다. 많이 담고 적게 담는 정도의 문제다. 하지만 공매도를 병행하는 헤지펀드는 삼성전자 비중이 매우 적다. 한 전문사모 운용사 대표는 “연초 시장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대형 IT주 중심으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반등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헤지펀드 가운데서도 롱 온리 전략을 쓰거나 전략적으로 IT주를 담았던 곳은 선방했다. 설정액 1000억원 이상 헤지펀드 중에선 머스트자산운용의 ‘머스트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7.70%), 키움자산운용의 ‘키움 K고래 멀티전략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5.72%), 지브이에이자산운용의 ‘지브이에이 Fortress-A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5.45%) 등이 대표적이다. 박현준 대표가 이끄는 씨앗자산운용의 주력 헤지펀드도 3~5%대 수익을 냈다.
3월부턴 헤지펀드 성과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반면 힘을 못 쓰던 바이오기업이 살아나고 있어서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큰 바이오 종목을 중심으로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헤지펀드가 수익률을 만회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펀드 매니저는 “코스피지수가 다시 박스피로 진입하면 지난해처럼 헤지펀드가 공모펀드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