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때아닌 '비트코인 열풍' 부는 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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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인플레·정세불안에 법정화폐 가치↓정세 불안에 연일 물가가 치솟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이 ‘대안화폐’로 주목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 비트코인 거래량 사상 최대
암호화폐 통계사이트 코인댄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주간 비트코인 거래량은 수년간 계속 증가해 지난달 초 사상 최대인 2487비트코인(약 108억원)을 기록했다.암호화폐 시장이 가장 좋았던 2017년 말~2018년 초의 주간 평균거래량(166.5비트코인)보다 도 명목상 14배 높은 수치다. 비트코인 시세 하락을 감안한 실질 가치 기준으로도 당시보다 약 3.7배 거래대금이 증가했다.
이처럼 베네수엘라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은 국민들이 자국 화폐를 믿지 못하기 때문. 베네수엘라 정부는 재정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법정화폐 볼리바르를 무리하게 찍어내 화폐 가치 폭락을 자초했다.지난해에는 최저임금을 60배 인상하고 화폐개혁까지 추진한 탓에 인플레이션율이 무려 100만%에 달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국민들은 베네수엘라를 탈출하고 있다.어느정도 자산을 소유한 중산층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자산 가치 보존을 위해 주식이나 부동산을 구입하려 하지만 국내에선 한계가 있다. 정부 정책 탓에 해외 투자도 쉽지 않다. 베네수엘라는 국내 자산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자산 송금 등 국민들의 해외 지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베네수엘라에서 비트코인이 각광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은 어느 나라에서든 일정 수준의 가치가 보증되는 동시에 보관·해외송금도 용이하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자산'이란 점에서, 적어도 베네수엘라 내에서는 여타 자산보다 비트코인의 안정성이 뛰어난 것이다.
유사시 달러화나 엔화 등으로의 환전도 쉽다. 전세계 비트코인과 법정통화간 거래량의 90% 이상을 달러화와 엔화가 차지하고 있어서다. 아론 올모스 등 베네수엘라 경제전문가들이 최근 볼리바르화 대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사용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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