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해결용' 스피커 잘 팔린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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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밀착시키는 스피커 등지난 10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보복 소음 스피커’를 설치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 층간소음에 고통받던 아랫집 주민이 ‘층간소음 보복 전용 스피커’를 구입해 ‘아기 울음소리’, ‘세탁기 소리’ 등을 자동 재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아동학대로 오인한 윗집에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아랫집 주인이 설치한 스피커를 발견했다.
층간소음 해결 상품 잇따라
개발사 "보복용 아닌 협상용"
층간소음을 참다 견디지 못한 아랫집 주민들이 윗집에 복수하기 위해 찾는 제품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과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층간 소음에 복수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들도 올라온다. 저음이 강한 우퍼 스피커를 천장에 달아 윗집에 들려준다든지, 소음이 발생할 때마다 고무망치로 천장을 두드리는 방법 등을 공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윗집에만 들리는 골전도 스피커 등장
층간소음 전용 스피커도 등장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우퍼스피커보다 윗집에 소리가 더 전달되도록 개발했다. 압축봉으로 천장에 밀착시키는 층간소음 전용 골전도 스피커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정보기술(IT) 개발자가 만들었다. 이 제품을 제작한 김창영 AFG 대표는 ‘복수용’이 아니라 ‘협상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랫집에서 층간소음으로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윗집에 알려주고 협상에 나서게 하는 제품”이라며 “단순히 복수하는 제품이 아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지게 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년 전 오피스텔로 이사한 뒤 층간소음에 시달리다 못해 제품을 개발했다고 했다. 전달되는 소음의 크기는 진동에 비례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천장을 직접 진동시키기 때문에 소리가 벽을 잘 뚫는다”는 원리를 활용했다.
이 제품은 10만원 중반대이지만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후기를 남긴 숫자만 800개가 넘는다. 그만큼 층간소음에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 제품을 통해 층간소음을 해결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우퍼 스피커도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다. 스마토 우퍼스피커라는 제품은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 제품이라는 점을 내걸고 있다. 천장에 직접 부착하는 형태의 이 제품은 8인치 크기의 진동판을 사용해 최대 출력이 120W에 달한다.
목공 등에 사용해야 할 고무망치가 층간소음 해결에 활용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는 윗집에서 소음이 날 때마다 생활용품점 등에서 파는 2000원 내외의 고무망치를 두드리면 된다는 해결책 등이 공유되고 있다.
매년 층간소음 접수 2만여 건이 같은 제품의 등장은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처럼 공동주택 거주가 대다수인 한국 사회에서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층간소음과 관련한 법제화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에 주민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늘고 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매트를 깔거나 실내화를 신는다고 해서 아랫집에서 겪는 소음 공해는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철에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더 커진다.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층간소음 전문 컨설팅단’의 상담 건수 34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12~3월에 가장 많은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인의 74%는 아래층 거주자였다. 위층 거주자는 19%, 옆집 거주자는 5%였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층간소음의 10%가량은 보복 소음에 해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발생할 때 직접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제3자의 중재를 요청하는 게 중요하다”며 “관리사무소(층간소음관리위원회)나 지방자치단체,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등을 활용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민원을 신청할 수 있고, 위층에는 상담 협조 안내문을 발송한다. 신청인이 요청하면 전문 상담가가 현장에 방문해 소음을 직접 측정해준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되는 민원은 연간 2만여 건이 넘는다.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가 현장에 나가서 소음을 측정하는 숫자도 1만여 건에 달해 5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