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원활하게 소통하려고 공감 나누는 카드게임 개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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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고민이 있는 아이 중에 ‘선생님, 저 고민 있어요’ 하고 손 번쩍 들고 교장실로 찾아오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요?”
심리상담용 '리멤버카드' 선봬
‘노래하는 교장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사진)은 최근 보드게임 ‘리멤버카드’를 개발해 출시했다. 방 교장의 재능기부 강연을 들은 보드게임 제작업체 대표가 ‘학생들과 게임으로 소통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이 게임은 심리상담을 위한 일종의 카드게임이다. 방 교장이 리멤버카드를 구상했을 때 가장 중점을 둔 건 ‘경쟁 대신 공감을 나누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규칙은 간단하다. 참여자가 돌아가면서 ‘제시자’가 된다. 제시자가 자신의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 하나를 주제로 제시하면 참여자들은 각자 그 단어에 대한 감정을 ‘안정’ ‘고통’ ‘성장’ 중에서 고르고 이유를 설명한다. 설명을 들은 나머지 사람은 공감의 의미로 하트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건넬 수 있다. 이 하트 카드를 가장 많이 모은 사람이 우승하는 방식이다. 방 교장은 “학생들에게 ‘고민이 뭐니’라고 묻는 대신 ‘오늘의 단어는 뭐니’라고 물으면 자연스레 관심사와 고민을 나눌 수 있다”고 했다.
방 교장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단생활을 책 7권과 음반 7장으로 풀어놓은 방 교장의 별명은 ‘괴짜 교장’이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색색깔 가발은 물론 말머리 모양 탈을 쓰고 기타를 치는 일도 즐긴다. 주로 부르는 노래는 흡연하는 학생들을 설득하려 작사한 노래 ‘노 타바코’다. 이 같은 노력에 마음을 연 학생들은 교장실을 제집 드나들듯 한다. 쉬는 시간 10분을 쪼개 교장실로 달려가 방 교장과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고 과자를 나눠 먹는다.
방 교장과 학생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다. ‘노래하는 교장’인 그의 소문을 들은 강호준 감독이 1년간 아현산업정보학교의 일상을 촬영한 결과물이다. ‘꿈을 향해 달려나가자(Run for the Dream!)’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지난 11일 일본 NHK에서 방영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