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명확히 완화적이어야" 권고…한은 "인하 검토단계 아니다"

IMF "금리 인하해도 자본유출 문제 없어"…한은 "IMF 입장과 다르지 않아"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이 한은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힘에 따라 한은이 애써 눌러둔 금리인하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한은은 그러나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여전히 금리인하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IMF 연례협의 한국 미션단은 12일 정부 등 당국과 연례협의를 한 후 "한국은행 통화정책은 명확히(clearly) 완화적이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연례협의 한국 미션단장은 기자단 브리핑에서 "(금리 인하) 가정에서 답을 드리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문제가 될 정도의 심각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그는 다만 "금리 인하가 필요한지, 금리 변동이 필요한지는 한은이 더 자세히 검토하고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물러났다.

IMF 연례협의단은 외국인 자금 흐름은 환율로 조정될 수 있고 가계부채 역시 정부의 거시건전성 조치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급증할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은이 최근 두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한 배경에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와 가계부채 증가와 같은 금융 불균형이 있음을 고려하면 이런 평가는 한은의 금리 인상 근거를 약화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린 후 올해 1월, 2월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둔 판단이었다.

다만 금리 인상 여지는 열어뒀다.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완전히 접지 않은 상태인 데다 금리가 아직 낮다는 인식 때문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1.25%에서 불과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 상태에서 위기가 오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증가율도 둔화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소득 증가율보다 빠르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금리를 내렸다가 자칫 부동산으로 자금이 또 쏠린다는 경계심도 크다.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고, 일각에선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까지 나왔지만 한은은 금리인하를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상승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 금리인상 가능성도 주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IMF 연례협의단의 권고가 한은 금통위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한은으로선 귀를 닫기도 어려워서다.

이번 권고는 그만큼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IMF 연례협의단은 이날 한국 경기상황에 우려를 드러냈다.

IMF 연례협의단은 한국 경제가 중단기적 역풍을 맞고 있고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2.6∼2.7%)을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0.5%가 넘는 약 9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고도 주문했다.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IMF 연례협의단의 입장은 상당히 달라졌다.

2017년 11월 14일 연례협의단은 당시 연 1.25%이던 기준금리를 두 번 올려도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당시 수준에서 2차례 올린 1.75%인데 이젠 '인하'라는 단어를 꺼내든 것은 통화정책이 당시보다 더 완화적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IMF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금리인하론 진화에 나섰다.한은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내외 금리 차가 외국인 자본 유출에 주요 요인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왔다"며 "금리는 한은 금통위가 결정할 문제이며 이주열 총재 발언대로 아직 금리 인하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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