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담 커진 고가·다주택 보유자 급매물 나올 가능성"

"현실화율 더 높여야" 지적도…고상승 지역 주민들 절세방안 관심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를 분수령으로 고가주택 혹은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속속 등장할 수 있다고 봤다.이에 따라 이미 조정기에 들어선 부동산 매매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1천339만 가구의 공시 예정 가격을 공개했다.

주로 시세 12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이나 지난해 상승 폭이 가팔랐던 지역의 아파트 공시가격이 상승했다.지역별로 보면 경기 과천(23.41%), 서울 용산(17.98%), 동작(17.93%), 경기 성남 분당(17.84%), 광주 남구(17.77%) 서울 마포(17.35%), 영등포(16.78%), 성동(16.28%) 순으로 많이 올랐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공시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세 부담이 커진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열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얼마나 더 조정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종합부동산세 과세에 앞서 매물이 잇달아 나오면 매매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공시가격 인상은 공시가격 기준 9억 원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나 주택 과다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로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세 인상 부담이 더해지면 당분간 가격 하락과 평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거래량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 랩장은 "오는 6월 1일 과세 기준일 이전 추가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급매물이 대거 쏟아지는 상황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가주택을 제외한 전반적인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5.32%로, 지난해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는 수준인 현실화율은 지난해와 같은 68.1%였다.
조 교수는 "공동주택은 상품이 표준화돼 있고 정보가 많은 데다가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단독주택이나 토지와 비교하면 현실화율이 높은 편이었다"며 "전반적인 현실화율을 급격히 올리기보다는 단독주택·토지와 보조를 맞추면서 속도 조절하는 방향을 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시세 12억원 이하로 전체의 97.9%를 차지하는 대다수 중저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시세변동률 이내"라며 공시가격이 세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지역이나 용도, 가격 구간에 상관없이 실제 가격 변동에 따라 정확하게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자칫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팀장은 "현실화율을 지난해와 똑같은 수준으로 가져간 것도 아쉬운 점"이라며 "현실화율을 80%까지 올리되 서민의 세 부담을 줄일 다른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의 주민들은 예상했다는 일이라는 평가와 과도하다는 불만이 공존했다.

서울 송파권역 위례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가가 워낙 저렴했기 때문에 올해 공시가격에 그간의 상승분이 상당히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했다"며 "다주택자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급매물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큰 파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파구 장지동 위례중앙푸르지오2단지 전용 187㎡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4억9천600만원에서 올해 18억8천만원으로 25.7% 올랐다.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과천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제 한 집주인이 세 부담을 줄이려면 부인과 공동명의로 돌리는 것이 유리할지를 묻고 갔다"며 "서울보다 공시가격 상승 폭이 큰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