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프런티어] '미세먼지 제로' 도전 어디까지 왔나

오춘호 선임기자
봄철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이 먼지가 생명에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의 방사능 피폭보다 기대수명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을 내놨다. 중국이나 인도에선 매년 100만 명이 미세먼지로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다.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는 기술에 도전하는 과학기술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손쉽게 연구할 수 있는 분야는 대기에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기술이다. 이 분야에선 네덜란드 엔지니어가 개발한 ‘스모그 프리타워’가 주목된다. 높이가 7~10m인 일종의 야외식 공기정화기다. 중국 정부는 서부 산시성 시안에 높이 100m에 이르는 거대한 공기정화기를 세웠다. 정화기 위에서 공기를 빨아들인 뒤 여러 겹의 공기정화 필터를 통해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깨끗한 공기를 정화기 아래로 내보내는 구조다. 2016년 국내 대선에서 모 후보가 이 타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화기는 설치 가격이 너무 비싼 게 흠이다. 도심에 빌딩 형태의 필터를 설치해 공기오염을 정화하자는 안도 제시되고 있다.
미세먼지를 제트엔진으로 분사하는 방법도 눈에 띈다. 해안가 화력발전소 주변에 제트엔진을 수직으로 세워 공기를 강하게 내뿜는다면 대기오염 물질이 흩어지면서 바다로 나갈 것이라는 구상이다. 영국 버밍엄시는 도로 옆에 세우는 차벽에 식물을 키우는 ‘그린 월’ 작업을 시도해 이달 완공했다. 차벽의 식물이 미세먼지 산화물을 흡수해 오히려 산소를 생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반 건물에 붙어 있는 그린 월도 질소산화물을 40%, 미세먼지를 이루는 특정 물질을 60% 제거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물론 도시 미관을 살리는 효과도 있다.

최근 들어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잡아보려는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서울시에서 필터를 설치한 드론 수백 대를 공중에 띄워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법을 검토한 것이 한 예다. 드론에 필터를 장치해 걸러내기도 할뿐더러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을 공중에서 뿌려 5㎞ 반경의 미세먼지를 땅에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물론 최근 정부가 실험한 인공강우도 미세먼지를 파격적으로 줄일 방법으로 거론된다.정작 중요한 작업은 미세먼지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나 중국에서 전기자동차를 서둘러 도입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력발전소 등을 줄이고 원전을 가동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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