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대표-이사회 의장' 분리…책임경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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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계열사 정기주총LG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대표이사는 사업에 집중하고, 이사회는 독립성을 강화해 장기적인 성장동력 발굴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주회사를 이끄는 권영수 (주)LG 부회장은 주요 계열사 다섯 곳 중 세 곳의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작년 6월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권 부회장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구광모호(號)의 기틀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광모號 기틀 완성
지주사 (주)LG 권영수 부회장
전자·디스플레이·유플러스
계열사 3곳 이사회 의장 맡아
‘대표-이사회 의장’ 분리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LG그룹 계열사들은 1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등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위한 신규 사내·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최대 계열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서는 권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되고, 이사회 의장직에 올랐다. 권 부회장은 LG유플러스에서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주)LG가 최대주주로 있는 주력 계열사 세 곳의 이사회 의장이 됐다.
LG화학 주총에서는 3M 부회장 출신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신 부회장은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 올랐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박진수 전 부회장(상근고문)이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이 분리됐다.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서는 최고경영자인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각각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해 왔다. 이번 이사회에서 이를 분리한 것은 CEO는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이사회는 독립적으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강화
전문경영인들은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본업인 제품 개발, 영업, 전략 수립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LG그룹 전반의 전략을 수립하는 자리에 있는 지주사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면서 이사회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신성장동력이나 발전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고 LG그룹 측은 설명했다.권 부회장은 1979년 금성사(LG전자의 전신)에 입사해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쳤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주력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데도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이날 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구 회장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주)LG 부회장은 지난해 구 회장 취임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 이어 이날 LG전자 이사직도 내놨다. 구 부회장은 이달 말 퇴임하고 다음달 고문 자리로 이동한다.
계열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했지만 지주사인 (주)LG는 그룹 전통에 따라 구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故) 구본무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이어나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