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내외 기관은 '위기' 말하는데…정부만 '낙관론자' 됐다

팩트 체크

"경제지표 좋다"는 정부…실상은
정부가 난데없이 낙관적인 경기 판단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15일 공식 경기진단 보고서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주요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투자와 수출이 조정을 받고 있고, 고용상황도 미흡하다”며 신중론을 편 것과 대비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국내외 연구기관이 모두 비관론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놓은 ‘나홀로 낙관론’이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불과 며칠 전에 역시 경기진단 보고서를 낸 한국개발연구원(KDI)과는 같은 지표를 놓고도 다른 분석을 내려 의아함을 더하고 있다.
KDI는 생산증가세 미약하다는데…
기재부는 그린북에서 “주요 산업활동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산은 지난 1월에 전월 대비로 광공업(0.5%), 서비스업(0.9%), 건설업(2.1%) 등이 모두 증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1월 4.7%, 12월 2.6% 감소하다가 지난 1월에는 2.2% 증가세로 전환했고, 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 -0.2%에서 지난 1월 0.2%로 반등한 것을 거론했다.

반면 KDI는 지난 11일 ‘3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전월 대비로 지표를 비교한 기재부와 달리 전년 동월 대비 증감에 주목해 지표를 분석했다. 생산과 관련해서는 “광공업(0.6%)과 건설업(-11.8%) 생산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산업생산 증가세는 미약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서비스업 생산(2.0%)과 소매판매(4.0%) 증가에 대해서는 “설 명절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설비투자도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한 점에 주목해 “설비투자의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전반적인 지표 증감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월 대비보다는 전년 동월 대비로 분석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경제심리 개선? “지나치게 낙관적”

“경제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그린북 문구도 논란이다. 기재부는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소폭 상승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여전히 기준치인 100에도 못 미치는 두 지수를 경제심리 개선으로 해석하는 건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BSI 전망치는 97.0, 지난달 CCSI는 99.5로 각각 조사됐다. BSI는 46개월 연속, CCSI는 11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기업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BSI와 소비자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CC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경기가 전 분기보다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을 심리 개선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심리 지수가 100은 넘어야 가능한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KDI도 ‘3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CCSI 개선에 대해 “기준치인 100을 소폭 밑돌았다”며 부정적인 뉘앙스로 평가했다.고용의 질은 나빠져

기재부는 고용에 대해 “취업자 증가규모가 확대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6만2000명 늘어 언뜻 보기엔 고용 상황이 개선된 것 같다.

하지만 취업자를 연령이나 산업별로 분류해보면 고용의 질(質)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게 드러난다. 만 60세 이상 취업자가 39만7000명 늘어 전 연령대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30대(-11만5000명)와 40대(-12만8000명)는 오히려 줄었다.60세 이상 취업자가 급증한 것은 정부의 노인 단기 일자리 사업 때문이다. 대부분 하루 두세 시간 쓰레기 줍기, 통학길 교통안내 등이다. 올해 이 같은 일자리가 25만 개 공급됐고, 대부분이 2월에 집중됐다.

산업별로는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15만1000명), 금융 및 보험업(-3만8000명) 등은 감소한 반면 정부 지원금이 들어가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3만7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1만7000명) 등은 증가했다.

물가 안정? 소비자 체감과 괴리 커

기재부는 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0.5% 상승한 점을 들어 “물가가 하향 안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통계지표상 물가와 체감 물가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전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0.8% 오르는 데 그쳤지만, 생활물가는 품목별로 높게는 두 자릿수까지 올랐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의 ‘물가인식’은 1년 전 대비 2.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물가와의 차이는 1.6%포인트로 2018년 1월(1.7%포인트) 후 1년 만에 가장 많이 벌어졌다.일각에선 전반적으로 소비가 좀체 살아나지 않는 것이 저물가 원인이라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임도원/이태훈/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