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이전 강요 안 한다"…외상투자법 전인대서 통과

내년 1월 발효…무역전쟁 美에 호의 제스처지만 '선언 불과' 회의론도
"큰 틀의 원칙적 규정이어서 현장 집행이 중요"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15일 외상투자법(외국인 투자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2천948명의 대표가 이날 전인대 연례회의 폐막식에 참여한 가운데 압도적 다수인 2천92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8표에 불과했다.

총칙, 투자 보호, 외국인 투자 관리 등 총 6장 41개 조항으로 구성된 외상투자법은 1979년 중외합자경영기업법, 1986년 외자기업법, 1988년 중외합작경영기업법 등 중국의 '외자 3법'을 통합해 새로 만든 법이다.외국인 투자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강요 금지, 외국인 기업의 내국민 대우, 외국인 독자 투자 기업 허용 분야 확대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법 22조는 "외국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명확히 보호하고 강제 기술 이전 문제를 방지한다.

중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 기업 간의 기술 협력은 자발적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행정 기관이나 관계자가 행정 수단을 활용한 강제 기술 이전을 금지한다"라고 규정한다.또 과거 중국이 외국인 우대 정책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외국 투자를 개별 심사 위주로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진출 금지 영역을 특정한 네거티브 리스트에 명시된 분야 외에 진출할 때는 내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작년부터 미중 무역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심각한 무역 불균형 해소 외에도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무단 사용, 외국 투자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등을 집요하게 문제 삼아왔다.

따라서 중국의 외상투자법 제정은 미국이 제기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피력하는 우호적 제스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실제로 중국은 작년 12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처음 외상투자법 초안을 공개한 이후 두 차례의 심의를 거쳐 3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일반적으로 법률 통과 때 전인대에서 3차례 심의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상투자법의 조기 통과를 위해 '패스트 트랙'에 올린 셈이다.

AFP 통신은 "중국의 '거수기 의회'(rubber-stamp parliament)가 패스트 트랙으로 외상투자법을 통과시켰다"며 "이는 미국과 무역 협상 중 '올리브 가지'를 내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상투자법에는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강요 금지 등과 관련한 선언적 내용만 담겨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것으로는 중국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실질적으로 중국 정부의 변화가 수반될지는 추가로 이어질 각 지방정부 차원의 후속 규정 변화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최근 "새 법안을 환영하지만, 법안의 조항들이 매우 일반적이며 구체적이지 않다"며 "이토록 중요하고 광범위한 법안이 이해당사자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발의된 것을 우려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컨설팅 회사인 데잔 셔라 앤 어소시에이츠의 변호사 카일 프리먼도 AFP에 "여전히 여러 허들을 뛰어 넘어야 한다"며 "특정 산업 관련 법률, 규제, 지방 정부의 승인 등에 관한 우려들이 아직 있다"고 지적했다.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중국 경기 둔화, 산업 구조조정 등 신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하고 대외 환경 불확실성에 따라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외상투자법은 큰 틀의 원칙적 규정이기 때문에 실행을 위해서는 각 행정 부처와 지방정부 등의 현장에서의 집행이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