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수장에 '대중국 매파' 맬패스 美재무차관 단독입후보

내달 선임 사실상 확정…대선캠프 출신 트럼프 복심
'아메리카 퍼스트' 우려…"트럼프, 국제기구를 中 견제장치 간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심이자 대중 강경파인 데이비드 맬패스(63) 미국 재무부 차관이 세계은행(WB) 총재직에 무혈입성한다.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WB는 14일(현지시간) 총재 후보 추천을 마감한 결과 후보자가 맬패스 차관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맬패스 차관은 단독으로 심사를 받게 돼 이변이 없는 한 선임이 확정됐다.

WB는 189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25인으로 구성된 집행이사회가 곧 맬패스 차관을 면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다음 달 12∼14일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WB 연차총회에서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맬패스 차관의 무혈입성으로 WB의 총재는 미국이 결정한다는 관습이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이번 WB 총재 선출을 앞두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자주의 불신, 다른 국가들과의 경제적 마찰 때문에 대항마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그러나 맬패스 차관은 WB의 주요 지분을 지닌 일본, 한국, 프랑스 등으로부터 공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새 총재 선출은 김용 전 총재가 개발도상국 기간시설에 투자하는 회사로 옮기겠다며 지난 1월 갑자기 사퇴를 선언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재무부에서 국제담당 차관을 맡고 있는 맬패스 후보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거론된다.그는 경제학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선임 경제정책 보좌관을 지낸 뒤 재무부에 입성해 '아메리카 퍼스트'로 요약되는 보호주의 통상정책 집행에 앞장섰다.

로이터는 이런 경력 때문에 맬패스 총재 후보자가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데 WB를 악용할 것이란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맬패스 총재 후보자는 WB가 중국에 차관을 줄 필요가 없다고 비판해온 대중 강경파이기도 하다.

그는 중국의 통상·산업정책에 구조적 변화를 주겠다는 목표로 진행되는 무역협상에 실무자로 참석하고 있다.

맬패스 후보자는 재무부에서 국제통상 정책을 이끌며 중국 자본이 미국 기술에 투자되는 것을 차단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감독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맬패스 차관을 내세운 데 중국 견제의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애초 WB와 같은 다자주의 기구를 회의적으로 보다가 이제는 점점 커지는 중국의 국제사회 장악력을 미국이 주도하며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균형추로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과 민감한 무역협상을 진행중인 중국은 맬패스 후보자에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맬패스 후보자는 최근 들어 WB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아시아, 유럽을 돌며 거친 태도를 완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신흥시장 자금 조달과 빈곤 감축을 위한 자신의 과거 경력을 강조했다.

심지어 기후변화 대응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석탄산업 부흥을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상반된다.

WB는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지원을 대거 철회하는 등 유럽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미국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의 스콧 모리스 선임연구원은 맬패스 후보자가 자신의 지론과 거리를 두고 있다며 WB 집행이사회가 그를 거부할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