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건' 뒤 봐준 경찰 실체 밝혀지나 … 2016년 7월 강남경찰서장은 누구?

승리 단톡방 등장 ‘경찰총장’은 총경급
피의자조사 과정서 진술 확보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고위경찰 공직자가 총경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4일 승리(이승현·29)와 정준영(30),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 클럽 버닝썬 직원 김모 씨 등을 불러 경찰 유착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경찰과 승리 일당의 연결고리였던 유씨는 카카오톡 대화방 속 ‘경찰총장’이 총경급 인사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경은 일선 경찰서 서장급으로, 흔히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일반 공무원으로 비교하면 4급 서기관에 해당한다.

경찰은 승리와 정준영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방 대화에서 경찰 고위 인사의 비호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가 오간 것을 확인했다. 2016년 7월 이들의 카톡방에서 한 참여자가 '옆 업소가 우리 업소 내부 사진을 찍었는데 ‘경찰총장’이 걱정 말라더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승리를 비롯한 카톡방 멤버들은 서울 강남에 술집을 차리고 동업한 바 있다.경찰에는 ‘경찰총장’이라는 직위가 없기 때문에 ‘경찰청장’을 잘못 적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의 음주운전 사건 언론보도 무마를 할 정도면 상당한 권력자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승리 정준영 카톡'을 입수한 공익 제보자를 대리해 권익위에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는 해당 카톡이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8개월 간의 수만 건이며,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은 정준영이 자신의 카톡에 열어 놓은 여러 개의 방에서 조금씩 조금씩 나온 내용들이라고 밝혔다. 방 변호사는 "경찰과 유착 관계가 굉장히 의심되는 정황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제보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무서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는 '경찰 누가 생일 축하한다고 전화 왔어' 이런 식"의 내용도 있었다며 "다 이게 유착이 돼 있다기보다는 가장 큰 우두머리하고 유착이 돼 있으니까 이렇게 내려오는 형태가 아닌가"라고 내다봤다.

'우두머리'로 표현한 인물의 직급에 "강남서장, 강남경찰서장 정도가 아닌 더 위"라고 말한 바 있다.2016년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강신명 전 청장은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승리와 일면식도 없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강신명 전 청장은 13일 입장문을 통해 "승리라는 가수에 대해서는 전혀 일면식도 없고 알지 못하며, 이 건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경찰총장'이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뜻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이상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해명에 나섰다.

이상원 전 서울경찰청장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강남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승리 등 연예인들과) 일면식도 없으며, 버닝썬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서울에서는 주로 본청에 있었고, 서울청장과 은평경찰서 두 곳에서 근무했는데 그쪽(버닝썬)과 연결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강남경찰서 역대 서장(총경)
'경찰총장'이 카톡에 언급된 시기는 2016년 7월 한 번이며 당시 강남경찰서장은 정태진 전 서장이다.

경찰은 '총경급'으로 지목된 해당 경찰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 계급상 총경은 일선 경찰서장이나 경찰청과 지방청의 과장급으로 분류돼 광범위한 수사가 요구된다.

강남경찰서는 2016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에서 시작된 ‘법조 로비’ 의혹 수사과정에서 법조 브로커에게 돈을 받은 소속 경찰관이 체포되면서 유착이 확인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언론의 의혹 제기에 자체 감찰조차도 하지 않고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 최고위층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 진행하는 수사뿐만 아니라 감사관실에 내부비리수사대 등 감찰 역량을 총동원해 철저히 수사 감찰해 나가겠다"며 "거기서 어떠한 비위나 범죄가 발견되면 지위고하 막론하고 철저히 단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