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10대, '테러는 이민때문' 발언 호주의원에 계란 세례

망언 의원, 10대 소년에 주먹질 반격

"뉴질랜드 테러의 진짜 원인은 무슬림 극단주의자를 수용한 이민 프로그램이다"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던진 프레이저 애닝 호주 연방 상원의원이 멜버른에서 십대소년으로부터 날계란 세례를 받았다고 16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애닝 의원은 멜버른 남서쪽 무라빈(Moorabbin)에서 열린 극우 집회에서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 총격사건의 원인이 무슬림 이민이라는 요지의 즉석연설을 한 후 기자회견을 하던 중이었다.

인근에 서 있던 17세 소년이 손에 든 날계란을 그대로 애닝 의원의 뒤통수에다 대고 깨버렸다.

격분한 애닝 의원도 참지 않았다.그는 소년의 뺨과 머리를 두 차례 가격했다.

이런 사이 애닝 의원의 지지자들이 소년을 제압해 바닥에 눕혔다.

소년을 제압한 극우운동가 닐 에릭슨은 기자들에게 "이 사람들 내보내! 맘에 안 들면 나가!"라고 폭언을 퍼부었다고 신문은 전했다.소년은 일단 풀려났으나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양측 모두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닝 무소속 연방상원의원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누가 무슬림 이민과 폭력 사이에 연관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뉴질랜드 참극의 진짜 원인은 애초에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을 수용한 이민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는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극우 테러리스트에 의해 자행된 뉴질랜드 학살이 이민 때문이라는 애닝 의원의 발언은 역겹다"면서 "그런 견해는 의회는 말할 것도 없고 호주 사회에 발붙일 곳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페니 웡 상원의원은 "(애닝의 견해는) 호주를 위한 것도 아니고 호주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참극을 이용해 증오와 분열을 조장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말콤 턴불 전 연방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빌 쇼턴 야당 대표 등과 함께 작년 8월 프레이저 애닝의 의회 첫 연설을 비난한 적이 있다"면서 "증오를 부추기는 극단적인 견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술집을 경영했던 애닝 의원은 2016년 연방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폴린 핸슨의 원네이션당(One Nation Party) 퀸즐랜드주(洲) 상원 3번 후보로 출마했지만, 겨우 19표 밖에 얻지 못하고 낙선했던 인물이다.

당시 총선에서 원네이션당은 폴린 핸슨의 인기에 힘입어 25만표를 획득, 핸슨과 말콤 로버츠 등이 상원의원이 됐다.

그 뒤 말콤 로버츠가 이중국적자로 밝혀져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2017년 다음 순위 후보인 프레이저 애닝이 상원의원직을 승계했다.

19표의 지지만으로 의원이 된 행운의 정치인을 두고 호주 선거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애닝은 이후 자신을 상원의원으로 만들어 준 원네이션당을 탈당, 이민 반대를 주장하며 독자적인 극우 행보를 해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