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게이트'에 엔터株 시총 6000억 가까이 증발

YG 주가 25% 급락…국민연금도 수백억대 피해

'승리 게이트'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K팝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주요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6천억원 가까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승리 게이트가 엔터테인먼트 종목 전반에 대한 투자자 불신으로 번져 K팝 산업 전체로 피해가 커진 셈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5개 주요 상장사의 시총은 지난달 26일 이후 현재까지 5천870억원(17.5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5개사의 시총은 승리 게이트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월 25일 3조3천501억원에서 이달 15일 현재 2조7천631억원으로 줄었다.지난달 26일은 빅뱅의 멤버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승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시점이다.
이날 승리의 소속사인 YG 주가는 4.42% 떨어졌고 다른 엔터주도 본격적인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YG 주가는 지난달 26일 이후 이달 15일까지 24.84%나 하락했고 시총은 2천146억원 감소했다.FT아일랜드, 씨엔블루 멤버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FNC도 같은 기간 주가가 22.24% 떨어졌다.

승리 사건과는 직접 연관성이 없는 SM(-21.29%)이나 큐브(-25.88%)도 같은 기간 20%대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작년 실적치를 발표한 엔터주 시총 1위 종목 JYP도 이번 사건과 관련된 악성 루머에 시달리며 같은 기간 5.54% 주가가 내리는 등 엔터주 전반에 걸쳐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했다.주식 투자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YG 지분 6.06%와 SM 지분 8.15%를 보유(최근 공시일 기준)한 국민연금의 경우 같은 기간 양사 보유지분 가치가 332억원(YG 140억원, SM 192억원) 감소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포털사이트 주주 게시판에서 '승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는 등의 글을 올리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YG는 그간 빅뱅 지드래곤·탑과 작곡가 쿠시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약물 문제, 지드래곤의 병역 관련 잡음 등 여러 논란을 빚어왔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YG는 이번 주가 하락으로 인해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투자금 670억원을 돌려줘야 하는 곤경에도 처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LVMH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610억원을 투자하면서 주당 4만3천574원에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오는 10월에 원금과 이자 670억원을 상환받을 수 있는 옵션을 걸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약 7개월간 YG 주가가 전환가격인 4만3천574원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면 투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YG의 2018년도 재무제표를 보면 작년 말 현재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86억원이고 단기금융자산은 840억원에 달해 상환 여력은 비교적 있는 셈이다.

증시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YG와 FNC가 거짓 해명으로 투자자의 불신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YG는 승리의 성 접대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첫 보도된 직후 "조작된 문자 메시지로 구성된 기사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FNC도 FT아일랜드 최종훈과 씨엔블루 이종현의 성관계 불법촬영물 공유 등 의혹에 대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양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유성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매일 새롭고 희한한 의혹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심리가 더 나빠졌다"고 진단했다.그는 "엔터주들이 투자자 신뢰를 되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업체들은 신뢰 회복을 위해 잘못이 있으면 빨리 시인하고 이런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관리와 소속 스타들에 대한 인성·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