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길을 묻다] 한계에 봉착한 재벌주도 성장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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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협력업체 영업이익률 격차 확대…사라진 낙수효과
재벌 경제력 집중…"젊고 역동적인 기업의 시장진입 막아"
특별취재팀 =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인 58조8천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실적 기여도가 가장 높은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연봉의 50%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실적 신기록을 세운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다수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와는 괴리가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했지만, 4분기 가구별 소득 격차는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자영업자는 손님이 끊겼다고 호소하고, 청년 취업은 여전히 어렵다.
소수 재벌 대기업은 잘 나가지만 다수 중소기업과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재벌주도 성장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힘 빠진 재벌주도 성장모델
삼성, 현대, LG, SK, 롯데 등 재벌 대기업이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 등 국제사회도 재벌을 필두로 한 수출주도 성장 정책이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한다.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소수 대기업에 집중한 경제성장 모델은 한동안 매우 효과적이었다.
1970년 OECD 회원국 평균의 6%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17년 89%까지 따라잡았다.1948년 1천900만달러로 시작한 수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6천억달러를 돌파했고, 한국은 세계 6위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했다.
그러나 이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1970∼1999년 연평균 8.8%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최근 3% 아래로 떨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서 선진국 반열인 3만달러로 가는 데 걸린 기간이 12년으로, 미국(9년), 영국(11년), 독일(5년), 일본(5년) 등보다 길었다.
OECD도 지난해 6월 '한국 경제보고서'에서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기업 집단의 역할을 평가하면서도 "대기업, 소위 재벌이 주도하는 수출 위주 전통적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 파이를 키워도 돌아오는 게 없다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이 중소기업과 근로자로 흘러 국가 전체가 발전한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삼성전자와 전속 협력업체 약 600여개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는 2010년 11.0%에서 2017년 21.5%로 증가했지만, 협력업체는 같은 기간 6.1%에서 5.0%로 감소하면서 격차가 확대됐다.전자산업 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성과를 비교해도 두 집단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2010년 4.45%포인트에서 2017년 13.99%포인트로 벌어졌다.
대기업이 번 돈을 중소기업과 나누지 않고 오히려 단가 인하 등을 통해 위험과 비용을 전가하는 '갑질'을 일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경제민주화를 논의했지만 된 건 거의 없고 한국경제에서 대기업 지분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만 파이가 커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커졌다.
통계청의 2016년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입사 1년 미만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봉 차이가 924만원이지만, 20년 이상 다니면 3천900만원이다.◇ 과도한 재벌 경제력 집중이 불평등 원인
소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가 고착화하면서 경제력이 재벌에 과도하게 집중된 것도 문제다.
통계청이 2017년 기준 전체 영리법인 66만6천163개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은 전체 기업의 0.3%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48.0%, 영업이익의 61.0%를 가져갔다.
전체 기업의 99.1%인 중소기업은 전체 매출의 37.9%, 영업이익의 25.1%를 차지했다.
경제력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불공정경쟁과 시장지배력 남용 등으로 중소기업과 신생기업이 성장할 공간이 위축되고 혁신이 사라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해 5월 산업연구원에 기고한 글에서 "경제력 집중은 효과적인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젊고 역동적인 기업의 시장 진입을 지연할 수 있으며 불평등, 경제의 역동성 부족, 장기적으로는 저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천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4%는 재벌이 한국경제 불균형·불평등을 야기했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연합뉴스
재벌 경제력 집중…"젊고 역동적인 기업의 시장진입 막아"
특별취재팀 =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인 58조8천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실적 기여도가 가장 높은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연봉의 50%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실적 신기록을 세운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다수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와는 괴리가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했지만, 4분기 가구별 소득 격차는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자영업자는 손님이 끊겼다고 호소하고, 청년 취업은 여전히 어렵다.
소수 재벌 대기업은 잘 나가지만 다수 중소기업과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재벌주도 성장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힘 빠진 재벌주도 성장모델
삼성, 현대, LG, SK, 롯데 등 재벌 대기업이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 등 국제사회도 재벌을 필두로 한 수출주도 성장 정책이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한다.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소수 대기업에 집중한 경제성장 모델은 한동안 매우 효과적이었다.
1970년 OECD 회원국 평균의 6%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17년 89%까지 따라잡았다.1948년 1천900만달러로 시작한 수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6천억달러를 돌파했고, 한국은 세계 6위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했다.
그러나 이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1970∼1999년 연평균 8.8%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최근 3% 아래로 떨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서 선진국 반열인 3만달러로 가는 데 걸린 기간이 12년으로, 미국(9년), 영국(11년), 독일(5년), 일본(5년) 등보다 길었다.
OECD도 지난해 6월 '한국 경제보고서'에서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기업 집단의 역할을 평가하면서도 "대기업, 소위 재벌이 주도하는 수출 위주 전통적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 파이를 키워도 돌아오는 게 없다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이 중소기업과 근로자로 흘러 국가 전체가 발전한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삼성전자와 전속 협력업체 약 600여개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는 2010년 11.0%에서 2017년 21.5%로 증가했지만, 협력업체는 같은 기간 6.1%에서 5.0%로 감소하면서 격차가 확대됐다.전자산업 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성과를 비교해도 두 집단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2010년 4.45%포인트에서 2017년 13.99%포인트로 벌어졌다.
대기업이 번 돈을 중소기업과 나누지 않고 오히려 단가 인하 등을 통해 위험과 비용을 전가하는 '갑질'을 일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경제민주화를 논의했지만 된 건 거의 없고 한국경제에서 대기업 지분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만 파이가 커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커졌다.
통계청의 2016년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입사 1년 미만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봉 차이가 924만원이지만, 20년 이상 다니면 3천900만원이다.◇ 과도한 재벌 경제력 집중이 불평등 원인
소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가 고착화하면서 경제력이 재벌에 과도하게 집중된 것도 문제다.
통계청이 2017년 기준 전체 영리법인 66만6천163개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은 전체 기업의 0.3%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48.0%, 영업이익의 61.0%를 가져갔다.
전체 기업의 99.1%인 중소기업은 전체 매출의 37.9%, 영업이익의 25.1%를 차지했다.
경제력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불공정경쟁과 시장지배력 남용 등으로 중소기업과 신생기업이 성장할 공간이 위축되고 혁신이 사라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해 5월 산업연구원에 기고한 글에서 "경제력 집중은 효과적인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젊고 역동적인 기업의 시장 진입을 지연할 수 있으며 불평등, 경제의 역동성 부족, 장기적으로는 저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천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4%는 재벌이 한국경제 불균형·불평등을 야기했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