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수사 종착역은 경영승계…이재용 겨눈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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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정당화 위해 회계기준 바꿨나
승계 과정서 정권 특혜 의혹도 수사 전망…옛 미전실 관계자 대거 압수수색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회계 부정을 넘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검찰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와 삼정·안진 등 회계법인 4곳을 압수수색하며 분식회계 규명에 집중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삼성물산 핵심 관계자들의 사무실과 삼성바이오 상장을 관할한 한국거래소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사 외형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지만 본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삼성바이오 회계 변경→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이어지는 이재용 부회장 경영 승계 과정의 부정 의혹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출발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그룹은 2015년 5월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두 회사의 합병을 결의한다.
같은 해 7월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은 전격 성사된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3%) 가치를 6조6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에 찬성했다.제일모직은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내세워 1:0.35 비율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삼성바이오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성사됐고,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후 삼성비이오가 회계장부에서 콜옵션을 고의로 누락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을 위한 합작법인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설립했는데,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사실이 제대로 공시됐다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주가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줘 주주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에 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콜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일정 가격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가치가 오르면 회계상 부채로 책정해야 한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일거에 4조5천억원 이익
콜옵션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회계처리에도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회계장부에 콜옵션 부채 1조8천억원을 반영하면 모회사 삼성바이오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고, 통합 삼성물산 부채도 대거 늘어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차원에서 방안이 논의된 사실이 내부문건에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공개한 삼성 내부문건에는 삼성바이오와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1안 ▲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2안 ▲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분의 1가량으로 재평가하는 3안 등을 논의하고 이 가운데 2안을 선택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문건은 회계처리 변경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사후 합리화'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삼성바이오는 2012∼2014년 에피스를 단독 지배하는 '종속회사'로 보고 장부를 하나로 합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들며 2015년 회계처리 방식을 갑자기 바꾼다.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해 회계상 재무적 투자자(관계회사)의 지위에 머무르게 됐다고 보고, 보유주식을 공정가(시장가)로 평가했다.
에피스 지분의 장부가는 2천900억원이었지만 공정가(시장가)로는 4조8천억이 됐다.
일거에 회계상 4조5천억원의 투자이익을 거둔 것이다.
단숨에 회계장부가 좋아진 삼성바이오는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도 무난히 입성했다.
참여연대는 앞서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더라면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 시가총액은 23조원에 이른다.◇ 합병·상장에 정권 차원의 특혜 있었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의 이런 회계처리가 '분식'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그 구체적 동기나 과정까지 밝혀낸 것은 아니다.
삼성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인력을 보강해온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이재용 부회장 승계 과정의 연관성, 이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특혜가 있었는지 등까지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 압수수색에도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의 사무실이 대상에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 관련 의혹은 이미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이 제기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공소장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2016년 2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바이오 신산업 분야 회사인 삼성바이오의 상장, 관련 환경규제 완화 및 투자 유치를 위한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는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 부탁했다고 적시돼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후인 2015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해 적자기업도 성장성이 높다면 상장할 수 있는 길을 터줬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 이후인 2016년 3월에는 시행세칙 개정 내용을 반영한 상장 심사 기준을 발표했다.
삼성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 대법원 심리를 받는 이 부회장의 제3자 뇌물 혐의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이뤄졌는지를 놓고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삼성바이오 수사 결과가 이 부회장 상고심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연합뉴스
승계 과정서 정권 특혜 의혹도 수사 전망…옛 미전실 관계자 대거 압수수색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회계 부정을 넘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검찰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와 삼정·안진 등 회계법인 4곳을 압수수색하며 분식회계 규명에 집중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삼성물산 핵심 관계자들의 사무실과 삼성바이오 상장을 관할한 한국거래소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사 외형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지만 본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삼성바이오 회계 변경→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이어지는 이재용 부회장 경영 승계 과정의 부정 의혹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출발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그룹은 2015년 5월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두 회사의 합병을 결의한다.
같은 해 7월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은 전격 성사된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3%) 가치를 6조6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에 찬성했다.제일모직은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내세워 1:0.35 비율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삼성바이오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성사됐고,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후 삼성비이오가 회계장부에서 콜옵션을 고의로 누락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을 위한 합작법인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설립했는데,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사실이 제대로 공시됐다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주가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줘 주주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에 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콜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일정 가격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가치가 오르면 회계상 부채로 책정해야 한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일거에 4조5천억원 이익
콜옵션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회계처리에도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회계장부에 콜옵션 부채 1조8천억원을 반영하면 모회사 삼성바이오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고, 통합 삼성물산 부채도 대거 늘어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차원에서 방안이 논의된 사실이 내부문건에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공개한 삼성 내부문건에는 삼성바이오와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1안 ▲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2안 ▲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분의 1가량으로 재평가하는 3안 등을 논의하고 이 가운데 2안을 선택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문건은 회계처리 변경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사후 합리화'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삼성바이오는 2012∼2014년 에피스를 단독 지배하는 '종속회사'로 보고 장부를 하나로 합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들며 2015년 회계처리 방식을 갑자기 바꾼다.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해 회계상 재무적 투자자(관계회사)의 지위에 머무르게 됐다고 보고, 보유주식을 공정가(시장가)로 평가했다.
에피스 지분의 장부가는 2천900억원이었지만 공정가(시장가)로는 4조8천억이 됐다.
일거에 회계상 4조5천억원의 투자이익을 거둔 것이다.
단숨에 회계장부가 좋아진 삼성바이오는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도 무난히 입성했다.
참여연대는 앞서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더라면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 시가총액은 23조원에 이른다.◇ 합병·상장에 정권 차원의 특혜 있었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의 이런 회계처리가 '분식'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그 구체적 동기나 과정까지 밝혀낸 것은 아니다.
삼성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인력을 보강해온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이재용 부회장 승계 과정의 연관성, 이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특혜가 있었는지 등까지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 압수수색에도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의 사무실이 대상에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 관련 의혹은 이미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이 제기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공소장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2016년 2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바이오 신산업 분야 회사인 삼성바이오의 상장, 관련 환경규제 완화 및 투자 유치를 위한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는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 부탁했다고 적시돼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후인 2015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해 적자기업도 성장성이 높다면 상장할 수 있는 길을 터줬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 이후인 2016년 3월에는 시행세칙 개정 내용을 반영한 상장 심사 기준을 발표했다.
삼성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 대법원 심리를 받는 이 부회장의 제3자 뇌물 혐의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이뤄졌는지를 놓고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삼성바이오 수사 결과가 이 부회장 상고심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