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 접촉부터 풀어갈듯…톱다운 방식으로 모멘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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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북미 양측 모두 협상 의사"…'포스트 하노이' 중재역 의지 거듭 강조
'하노이 회담, 미국 得-북한 失' 평가…北 궤도이탈 방지에 초점 둘 듯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유지해야" 대북특사 관측도…남북관계 개선도 박차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냉각기에 들어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중재역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서 이탈하지 않게 북측과의 대화를 늘리는 데 우선 집중하고 이를 토대로 북미 간 간극 좁히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앞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회담을 거치며 북미 간 명확한 입장차가 확인됐고, 미국 내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가 이어지며 문 대통령의 활동 공간 역시 좁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이런 시점에서 청와대는 17일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여전히 문 대통령이 촉진자이자 중재자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미 모두 외교와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세계 모든 나라가 문 대통령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작년 초에는 한국이 북미 간 대화를 견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대화를 견인했다"며 "이제 남북 간 대화할 차례가 아닌가 보인다"고 말해 선(先) 대북 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시사했다.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려면 북한의 궤도 이탈을 막는 게 가장 시급하고, 실타래를 풀기 위한 첫 단추가 바로 대북 접촉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하노이 결렬'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더 크게 느끼리라는 청와대 내부의 평가 역시 이런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이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미국은 실(失)보다 득(得)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국내 정치에서 부담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을 전했다.
반면 "북한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60시간 기차를 이용해 갔다가 빈손으로 귀국한 것에 대해 많은 정치적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 유예)은 유지돼야 한다"며 "북한에 긍정적이고 유화적 자세를 유지하며 협상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청와대는 대북 접촉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으면서도 물밑에서 움직이며 최대한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간 대립이 첨예한 현실에서 개별 중재 과정의 여과 없는 표출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두 차례 효용성을 보인 대북특사 카드나 남북정상 간 2차 판문점 회동과 같은 원포인트 만남을 검토하는 등 김 위원장과 과감한 소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금의 교착상태를 풀고 협상 엔진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정상 간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톱다운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계속 미뤄지고 있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역시 북미 간 냉기류를 고려하면 당분간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지만, 이 역시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작년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한국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했으면 좋겠다'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연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남북 정상 간 접촉의 옵션으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김 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서울 답방은 아직 구체적 협의나 추진상황은 없지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사업"이라고 했다.
현 상황 타개를 위해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이런 대북 접촉 노력과 함께 기존에 약속한 남북협력 사업에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무장지대 내의 모든 GP(감시초소)의 철수, 공동 유해발굴, 한강하구의 민간선박의 자유항해 등을 연내에 본격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지만, 남북관계를 한 발짝 더 진전시켜 이를 북미 간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선순환 구조'에 대한 청와대의 기대가 읽히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하노이 회담, 미국 得-북한 失' 평가…北 궤도이탈 방지에 초점 둘 듯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유지해야" 대북특사 관측도…남북관계 개선도 박차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냉각기에 들어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중재역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서 이탈하지 않게 북측과의 대화를 늘리는 데 우선 집중하고 이를 토대로 북미 간 간극 좁히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앞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회담을 거치며 북미 간 명확한 입장차가 확인됐고, 미국 내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가 이어지며 문 대통령의 활동 공간 역시 좁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이런 시점에서 청와대는 17일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여전히 문 대통령이 촉진자이자 중재자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미 모두 외교와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세계 모든 나라가 문 대통령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작년 초에는 한국이 북미 간 대화를 견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대화를 견인했다"며 "이제 남북 간 대화할 차례가 아닌가 보인다"고 말해 선(先) 대북 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시사했다.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려면 북한의 궤도 이탈을 막는 게 가장 시급하고, 실타래를 풀기 위한 첫 단추가 바로 대북 접촉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하노이 결렬'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더 크게 느끼리라는 청와대 내부의 평가 역시 이런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이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미국은 실(失)보다 득(得)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국내 정치에서 부담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을 전했다.
반면 "북한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60시간 기차를 이용해 갔다가 빈손으로 귀국한 것에 대해 많은 정치적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 유예)은 유지돼야 한다"며 "북한에 긍정적이고 유화적 자세를 유지하며 협상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청와대는 대북 접촉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으면서도 물밑에서 움직이며 최대한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간 대립이 첨예한 현실에서 개별 중재 과정의 여과 없는 표출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두 차례 효용성을 보인 대북특사 카드나 남북정상 간 2차 판문점 회동과 같은 원포인트 만남을 검토하는 등 김 위원장과 과감한 소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금의 교착상태를 풀고 협상 엔진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정상 간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톱다운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계속 미뤄지고 있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역시 북미 간 냉기류를 고려하면 당분간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지만, 이 역시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작년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한국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했으면 좋겠다'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연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남북 정상 간 접촉의 옵션으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김 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서울 답방은 아직 구체적 협의나 추진상황은 없지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사업"이라고 했다.
현 상황 타개를 위해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이런 대북 접촉 노력과 함께 기존에 약속한 남북협력 사업에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무장지대 내의 모든 GP(감시초소)의 철수, 공동 유해발굴, 한강하구의 민간선박의 자유항해 등을 연내에 본격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지만, 남북관계를 한 발짝 더 진전시켜 이를 북미 간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선순환 구조'에 대한 청와대의 기대가 읽히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