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최선희 회견 후 침묵·무대응…이목 쏠리는 그의 '입'
입력
수정
볼턴·폼페이오에 마이크 맡기고 일단 무대응 모드…멀베이니도 가세
상황관리·'무언의 경고' 등 다중포석 관측…언제 어떤 메시지 낼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 시간으로 지난 14일 밤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협상중단 검토'를 선언한 기자회견 이후 공개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 전반적으로 맞대응을 자제하며 '신중 모드'를 보이는 가운데 외교·안보 투톱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참모들에게 마이크를 맡기고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비켜선 모양새이다.
17일(현지시간)에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가세했다.이들 '3인방' 모두 '하노이행'에 동행했던 인사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이날 민주당과 '가짜뉴스', 고인이 된 '정적' 존 매케인 상원의원까지 들먹이며 국내 이슈를 놓고 '총질'을 하는 등 10건이 넘는 트윗을 올렸지만, 이 가운데 북한과 관련된 건 없었다.
그는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패트릭 성인을 기리기 위한 '성 패트릭의 날'인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교회에서 예배를 본 것을 빼고는 공개 일정이 없었고, 이날은 교회를 오가며 기자들과 일문일답도 별도로 하지 않았다.대신 이날 전파를 탄 것은 '슈퍼 매파' 볼턴 보좌관과 멀베이니 대행의 발언이었다.
지난 15일 녹음된 뒤 이날 방송된 것으로 보이는 인터뷰에서 볼턴 보좌관은 최 부상이 기자회견에서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계속 유지할지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한 데 대해 "도움이 안 되는 발언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할 의향이 없었다며 협상 태도를 비판하는 한편으로 북한의 '혈맹'이자 대북 영향력이 막강한 중국을 향해 엄격한 제재 이행을 주문하는 등 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대북 압박 행보를 이어갔다.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협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를 원한다"며 강온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며 수위조절에 나섰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멀베이니 대행은 북한의 실험 재개는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대화 재개 쪽에 방점을 뒀다.
"대화는 계속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며 최 부상 기자회견 파문에도 불구, 3차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고, "우리가 베트남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 (북미 정상의) 관계가 위태로워졌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북미 정상 간 '케미'를 여전히 강조했다.비핵화 협상 속도와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조야의 회의론에 대해서도 80년대 '레이건-고르비'간 미·소 군축협상의 지난했던 과정을 들어 "쉽게 합의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협상의 복잡성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이 충분치 못했다며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등 전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전체를 비핵화 대상으로 다시금 못 박으면서도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날 그날의 상황에 따라, 그리고 '플레이어'가 누구냐에 따라 무게중심은 조금씩 달랐지만, 북한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압박을 가하면서도 '대화 국면'을 대비하며 맞대응 대신 신중모드를 견지하고 있다는 건 이번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기조를 관통하는 공통분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무대응' 모드는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감지됐을 때 말을 아꼈던 기조의 연장 선상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도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상황에 대한 미 당국의 진단과 이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바 있다.
일단 북한이 비핵화 협상 궤도에서 완전히 탈선, 판이 깨지는 극단적 시나리오는 막고 협상 테이블로 다시 견인하려는 '상황관리' 차원으로 보인다.
섣부른 맞대응으로 파장을 키우기보다는 정확한 의도 파악 등을 통해 현 국면을 정확히 분석하고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인 셈이다.
최 부상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협상 결렬 '책임자'로 몰아 공개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추켜세우며 분리 대응함으로써 톱다운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 대응 대신 신중 기조를 보이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에는 동시에 북한이 협상중단 카드까지 꺼내 '벼랑 끝 전술'로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며 반응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겠다는 이중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 연장 선상에서 북한을 향한 '무언의 경고'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하노이 핵 담판에서 김 위원장을 마주한 뒤 비핵화 협상의 현주소를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간 교감에 의존, 장밋빛 전망을 잇달아 내놓던 그간의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으로' 돌아섰다는 관측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 가기 전부터 비핵화 협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과 외부의 우려가 크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견제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결과발표 임박 등 국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도 대북 행보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까지 침묵을 이어갈지는 분명치 않다.그가 내놓을 '일성'이 현 국면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관리·'무언의 경고' 등 다중포석 관측…언제 어떤 메시지 낼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 시간으로 지난 14일 밤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협상중단 검토'를 선언한 기자회견 이후 공개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 전반적으로 맞대응을 자제하며 '신중 모드'를 보이는 가운데 외교·안보 투톱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참모들에게 마이크를 맡기고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비켜선 모양새이다.
17일(현지시간)에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가세했다.이들 '3인방' 모두 '하노이행'에 동행했던 인사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이날 민주당과 '가짜뉴스', 고인이 된 '정적' 존 매케인 상원의원까지 들먹이며 국내 이슈를 놓고 '총질'을 하는 등 10건이 넘는 트윗을 올렸지만, 이 가운데 북한과 관련된 건 없었다.
그는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패트릭 성인을 기리기 위한 '성 패트릭의 날'인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교회에서 예배를 본 것을 빼고는 공개 일정이 없었고, 이날은 교회를 오가며 기자들과 일문일답도 별도로 하지 않았다.대신 이날 전파를 탄 것은 '슈퍼 매파' 볼턴 보좌관과 멀베이니 대행의 발언이었다.
지난 15일 녹음된 뒤 이날 방송된 것으로 보이는 인터뷰에서 볼턴 보좌관은 최 부상이 기자회견에서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계속 유지할지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한 데 대해 "도움이 안 되는 발언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할 의향이 없었다며 협상 태도를 비판하는 한편으로 북한의 '혈맹'이자 대북 영향력이 막강한 중국을 향해 엄격한 제재 이행을 주문하는 등 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대북 압박 행보를 이어갔다.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협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를 원한다"며 강온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며 수위조절에 나섰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멀베이니 대행은 북한의 실험 재개는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대화 재개 쪽에 방점을 뒀다.
"대화는 계속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며 최 부상 기자회견 파문에도 불구, 3차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고, "우리가 베트남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 (북미 정상의) 관계가 위태로워졌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북미 정상 간 '케미'를 여전히 강조했다.비핵화 협상 속도와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조야의 회의론에 대해서도 80년대 '레이건-고르비'간 미·소 군축협상의 지난했던 과정을 들어 "쉽게 합의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협상의 복잡성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이 충분치 못했다며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등 전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전체를 비핵화 대상으로 다시금 못 박으면서도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날 그날의 상황에 따라, 그리고 '플레이어'가 누구냐에 따라 무게중심은 조금씩 달랐지만, 북한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압박을 가하면서도 '대화 국면'을 대비하며 맞대응 대신 신중모드를 견지하고 있다는 건 이번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기조를 관통하는 공통분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무대응' 모드는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감지됐을 때 말을 아꼈던 기조의 연장 선상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도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상황에 대한 미 당국의 진단과 이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바 있다.
일단 북한이 비핵화 협상 궤도에서 완전히 탈선, 판이 깨지는 극단적 시나리오는 막고 협상 테이블로 다시 견인하려는 '상황관리' 차원으로 보인다.
섣부른 맞대응으로 파장을 키우기보다는 정확한 의도 파악 등을 통해 현 국면을 정확히 분석하고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인 셈이다.
최 부상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협상 결렬 '책임자'로 몰아 공개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추켜세우며 분리 대응함으로써 톱다운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 대응 대신 신중 기조를 보이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에는 동시에 북한이 협상중단 카드까지 꺼내 '벼랑 끝 전술'로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며 반응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겠다는 이중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 연장 선상에서 북한을 향한 '무언의 경고'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하노이 핵 담판에서 김 위원장을 마주한 뒤 비핵화 협상의 현주소를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간 교감에 의존, 장밋빛 전망을 잇달아 내놓던 그간의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으로' 돌아섰다는 관측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 가기 전부터 비핵화 협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과 외부의 우려가 크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견제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결과발표 임박 등 국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도 대북 행보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까지 침묵을 이어갈지는 분명치 않다.그가 내놓을 '일성'이 현 국면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