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냉기류 속 시진핑, 4월 남북한 동시답방설 '솔솔'

"대외정책서 한반도 문제가 최우선…내달 답방 카드 만지작"
"최대 변수는 미국"…무역갈등·북미관계에 시진핑 일정 영향
"일대일로 포럼에 김정은 초청설"…북중러 정상회동 가능성도
하노이 담판이 성과 없이 끝난 뒤 북미 간에 냉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내달 남북한 동시 답방설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미 방중한 바 있어 외교 관례상 시 주석의 올해 답방이 필요한 데다 북미 관계가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북한으로선 '중국 카드'가 다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답방 카드와 별도로 내달 말로 예정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정상이 베이징(北京)에서 함께 만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18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북·중 수교 70주년과 김 위원장의 4차례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태양절(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내달 15일을 전후해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우선으로 받아 핵심 사안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 소식통은 "올해 양회에서 주목할 점은 대외 정책 중 한반도 문제를 가장 우선으로 두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시 주석이 조만간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까지 답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과 복잡해진 북미 관계로 김정은 위원장의 추가 방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이 정상 국가 간 외교 관계를 지향하기 위해선 시 주석의 조기 북한 답방이 필요한 상황이다.특히, 베트남 하노이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로 끝나면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의 뒷배인 중국에 기대며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시 주석의 방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남북한을 비슷한 시기에 방문했다는 전례를 고려할 때 시 주석이 내달 평양을 방문할 경우 비슷한 시점에 서울을 찾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 정부 또한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한 바 있기 때문이다.중국 당국 또한 한중 관계는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등에서 중요성이 커서 매우 신경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계자들이 이달 방한해 시 주석의 방한을 대비한 준비 작업을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의 남북한 동시 방문 등 일정은 미·중 간 무역 협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교착상태에 빠진 막판 무역 협상의 영향으로 연기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 미·중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져야만 시 주석 또한 평양에 갈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시 주석의 방북이 자칫하면 '중국 책임론'을 거론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소식통은 "시 주석이 연내 남북한 동시 답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미국"이라면서 "미·중 무역 협상과 북미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정리되느냐에 따라 시 주석의 순방 계획 또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내달 말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도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 또한 초청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를 계기로 방중할 경우 북·중, 북러 그리고 북·중·러 연쇄 정상회담이 베이징에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어 베이징에서 이들 삼국 정상이 만날 경우 북미간 비핵화 협상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한창이던 2017년 5월 미국의 강력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이 이끄는 대표단을 초청한 바 있다.한 소식통은 "중국 측에서 이미 올해 초부터 김 위원장을 일대일로 정상회의에 초청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참여 여부에 따라 시 주석의 남북한 답방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