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국정과제 'ILO협약 비준' 물 건너가나…사회적 대화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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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논의 종료…사회적 합의 못 이루면 국회 합의도 어려워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대표적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사회적 대화의 난항으로 위기를 맞았다.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 관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해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논의 결과를 국회에 넘길 방침이지만, 국회에서도 합의점을 못 찾을 가능성이 크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의 박수근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8명은 18일 발표한 'ILO 기본협약 비준 등에 관한 노·사·정 합의를 위한 공익위원 제언'에서 논의 시한인 이달 말까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노·사 양측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작년 11월 ILO 핵심협약 기준에 따라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을 포함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했다.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앞서 국내 노동관계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공익위원 권고안에는 국제노동기준에 맞춰 노동자 단결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영계는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제도 개선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문제는 ILO 핵심협약과 직접 관련성은 없지만, 노사관계 개선위는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여 이를 논의 중이다.
경영계는 노조 파업에 대응한 대체근로 허용을 포함한 5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했고 노동계도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등 5가지 요구 사항을 내놨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작년 12월부터 11차례 전체회의, 2차례 간사단 회의, 4차례 공익위원 회의를 열어 합의를 모색했으나 논의 시한이 열흘 남짓 남은 아직도 노·사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특히, 경영계 요구 사항 중에서도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폐지 문제가 첨예한 쟁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는 노조의 관행적인 파업으로 힘의 균형이 노조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도 외국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이를 폐지할 수 없다면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신설해야 한다고 경영계는 주장한다.
그러나 공익위원들은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폐지가 ILO 핵심협약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에도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경영계 요구 사항 중에는 국제노동기준이나 헌법상 노동 3권 보장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게 들어 있다"며 "현실성이 없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폐지 등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경사노위에 참여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공익위원 제언에 대한 입장문에서 "우리나라는 단체교섭·단체행동 분야에서 대체근로 금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허용,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형사 처벌 등 세계적으로 노조에 강한 힘이 주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의 단결권이 확대될 경우 그만큼 노조 측의 기업 외부 사항에 대한 요구와 사측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의 단결권을 강화하면 대체근로 허용 등을 통해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노·사가 이달 말까지 끝내 합의점을 못 찾으면 논의 결과를 정리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작년 11월 발표한 노동자 단결권에 관한 공익위원 권고안도 국회로 보내진다.
권고안은 경영계 요구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단체교섭·쟁의행위에 관한 경영계 요구와 등가적으로 교환할 대상은 아니라는 게 공익위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총은 "공익위원 8명이 자체 합의 사항을 작년 11월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해 마치 위원회 합의 사항처럼 인식되도록 오도했다"며 공익위원 권고안에 경영계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인식 차를 드러냈다.
경총은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은 ILO 측의 지속적인 권고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행 노력 의무 조항에 비춰 그 필요성은 인정되나 우리나라 노사관계법·제도 및 노사 문화의 특수성을 고려해 협약 비준에 따른 제반 여건이 충족된 뒤 주권적으로 판단돼야 될 사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이 문제가 국회로 넘어가도 여야가 평행선을 달려 법 개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정치적 합의의 토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무산될 경우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확산할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탄력근로제 합의로 경영계에 양보했는데 정작 국정과제인 ILO 핵심협약 비준을 못 얻어낸다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주장이 대두할 수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또 미뤄지면 EU와의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공익위원들은 경고했다.
EU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을 근거로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은 제재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EU가 한국을 본보기로 삼을 경우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공익위원들은 우려했다.이승욱 교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중국이 한국 기업에 보복 조치를 한 것을 예로 들고 "법적 의미의 제재는 불가능하지만, 정치적 의미의 제재는 어떤 형태로든 다양하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의 박수근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8명은 18일 발표한 'ILO 기본협약 비준 등에 관한 노·사·정 합의를 위한 공익위원 제언'에서 논의 시한인 이달 말까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노·사 양측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작년 11월 ILO 핵심협약 기준에 따라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을 포함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했다.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앞서 국내 노동관계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공익위원 권고안에는 국제노동기준에 맞춰 노동자 단결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영계는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제도 개선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문제는 ILO 핵심협약과 직접 관련성은 없지만, 노사관계 개선위는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여 이를 논의 중이다.
경영계는 노조 파업에 대응한 대체근로 허용을 포함한 5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했고 노동계도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등 5가지 요구 사항을 내놨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작년 12월부터 11차례 전체회의, 2차례 간사단 회의, 4차례 공익위원 회의를 열어 합의를 모색했으나 논의 시한이 열흘 남짓 남은 아직도 노·사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특히, 경영계 요구 사항 중에서도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폐지 문제가 첨예한 쟁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는 노조의 관행적인 파업으로 힘의 균형이 노조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도 외국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이를 폐지할 수 없다면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신설해야 한다고 경영계는 주장한다.
그러나 공익위원들은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폐지가 ILO 핵심협약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에도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경영계 요구 사항 중에는 국제노동기준이나 헌법상 노동 3권 보장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게 들어 있다"며 "현실성이 없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폐지 등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경사노위에 참여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공익위원 제언에 대한 입장문에서 "우리나라는 단체교섭·단체행동 분야에서 대체근로 금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허용,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형사 처벌 등 세계적으로 노조에 강한 힘이 주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의 단결권이 확대될 경우 그만큼 노조 측의 기업 외부 사항에 대한 요구와 사측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의 단결권을 강화하면 대체근로 허용 등을 통해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노·사가 이달 말까지 끝내 합의점을 못 찾으면 논의 결과를 정리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작년 11월 발표한 노동자 단결권에 관한 공익위원 권고안도 국회로 보내진다.
권고안은 경영계 요구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단체교섭·쟁의행위에 관한 경영계 요구와 등가적으로 교환할 대상은 아니라는 게 공익위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총은 "공익위원 8명이 자체 합의 사항을 작년 11월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해 마치 위원회 합의 사항처럼 인식되도록 오도했다"며 공익위원 권고안에 경영계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인식 차를 드러냈다.
경총은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은 ILO 측의 지속적인 권고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행 노력 의무 조항에 비춰 그 필요성은 인정되나 우리나라 노사관계법·제도 및 노사 문화의 특수성을 고려해 협약 비준에 따른 제반 여건이 충족된 뒤 주권적으로 판단돼야 될 사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이 문제가 국회로 넘어가도 여야가 평행선을 달려 법 개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정치적 합의의 토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무산될 경우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확산할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탄력근로제 합의로 경영계에 양보했는데 정작 국정과제인 ILO 핵심협약 비준을 못 얻어낸다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주장이 대두할 수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또 미뤄지면 EU와의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공익위원들은 경고했다.
EU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을 근거로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은 제재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EU가 한국을 본보기로 삼을 경우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공익위원들은 우려했다.이승욱 교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중국이 한국 기업에 보복 조치를 한 것을 예로 들고 "법적 의미의 제재는 불가능하지만, 정치적 의미의 제재는 어떤 형태로든 다양하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