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닉스, 스포츠카 좌석 같은 게임용 의자로 '돌풍'

사무용 위주 시장에 새 바람
장시간 게임하는 게이머 위해
손목·어깨 통증 줄이도록 설계
국내 의자 시장에 10~20대가 열광하는 제품이 등장했다. 최고급 스포츠카 좌석을 연상시키는 ‘게이밍 의자’(게임 전용 의자)다. 장시간 게임할 때 생기는 손목 통증 등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된 게 특징이다.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애용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게이밍 의자 시장을 키운 업체는 제닉스라는 중소기업이다. 키보드와 마우스 등 컴퓨터 주변 기기를 만들던 이 회사는 2016년 게이밍 의자 시장에 진출, 점유율 40%를 웃돌고 있다. 시디즈와 듀오백 등 사무용 위주였던 의자 시장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최고급 스포츠카 의자를 방 안에

18일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1~2월 게이밍 의자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8% 늘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게이밍 의자 판매량이 35만 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이밍 의자는 경주용 자동차나 고급 스포츠카에 있는 버킷 시트(bucket seat)에서 유래했다. 버킷 시트는 등받이가 깊어 몸을 감싸주는 형태의 자동차용 의자를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방향을 급격히 바꿀 때도 운전자를 제자리에 있게 해줘 경주용 자동차에 많이 사용된다”며 “영국과 스페인 등 유럽 축구 경기장에서 벤치로 사용하는 가죽 의자도 버킷 시트”라고 설명했다.

게이밍 의자와 관련한 엄격한 제조 기준은 없다. 게이밍 의자는 게임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팔걸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장시간 게임할 때 생기기 쉬운 손목 통증과 어깨 통증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 스포츠카 의자와 같은 모양도 게이밍 의자의 공통점이다. 제닉스 관계자는 “장시간 게임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목받침·허리받침 쿠션을 제공한다”며 “사용자가 원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등받이가 180도 젖혀지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 및 하버드 의자도 선보여

게이밍 의자를 판매하기 시작한 건 제닉스가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중반 버킷 시트로 만든 ‘레이싱 의자’와 게이머를 위한 게이밍 의자가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제닉스 관계자는 “당시 레이싱 의자라는 콘셉트로 수입한 제품들이 시중에 있었다”며 “게이머들이 낯설어해 게이밍 의자에 대한 관심이 금방 사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제닉스는 2000년대 중반까지 마우스와 키보드 등을 만들던 직원 5명의 중소기업이었다. 2010년 LED(발광다이오드) 불빛이 나오는 기계식 키보드를 국내에 처음 선보이면서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6년 선보인 게이밍 의자는 첫해 3만여 개가 팔렸다. 2017년 10만 개 가까이 판매해 주력 상품이 됐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게이밍 의자에서 나온다.제닉스는 마케팅 덕을 톡톡히 봤다. 프로게이머 출신 방송인 홍진호를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인터넷방송 진행자(BJ) 감스트 등에게 제품을 협찬했다. 의자는 앉아 보고 사야 하는 제품이라는 생각에 오프라인 매장 확충에도 힘썼다. 직영점 2개를 포함해 전국에 9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뒀다.

제닉스는 축구와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10~20대를 위한 상품도 내놨다. 스페인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등의 라이선스를 받은 의자가 대표적이다. 미국 하버드대 마크가 그려진 ‘하버드 의자’도 있다. 게임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가진 학부모들이 좋아할 아이템이다. 지난해에는 게이머 전용 책상도 출시했다. 제닉스 관계자는 “게이밍 의자의 핵심은 어떤 일을 하든 편안하고 오래 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유럽 자동차회사, 국내 캐릭터업체 등과 협업해 다양한 디자인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