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행안장관 보고받은 문 대통령 "검찰·경찰 조직 명운 걸어라"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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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층 비리-검경 연루 의혹' 특별수사 지시“검찰과 경찰 조직의 명운을 걸라.”
검찰·경찰 강하게 질타
정치권으로 불똥 튀나 '촉각'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면서 내린 특명이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인 강경 대응을 주문한 배경에는 사건마다 사회특권층과 검·경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해명하라는 질책이 담겨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靑 “검·경 조직적 은폐가 핵심”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세 사건의 상세한 보고를 받았다. 오전에는 조국 민정수석으로부터 1차 보고도 받았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은 “세 사건이 사회적 현안으로 대두해 민정수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고가 이뤄졌다”며 “법무부와 행안부 장관의 2차 보고는 현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들 사건이 사회특권층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인 연루 및 은폐 의혹 등 개입 정황이 드러난 것에 진노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문 대통령은 “국민이 보기에 대단히 강한 의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거나 심지어 은폐돼온 사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고, 수사 기관들이 고의적인 부실수사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질책도 뒤따랐다. 문 대통령이 “국민은 진실 규명 요구와 함께 과거 수사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강한 의혹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덧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에 무력했던 검찰과 경찰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사건은 과거의 일이지만, 진실을 밝히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들 사건은 실체적 진실과 함께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의 고의적인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그리고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법무장관 특별수사권 발동 가능성도현재 각 사건은 법무부 과거사 위원회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경찰 등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특별조사를 지시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탈 뿐만 아니라 향후 법무부 장관의 특별수사권 발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 주기 바란다”고 구체적인 수사 지침까지 내렸다. 박 장관이 김 전 차관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과거에 벌어진 사건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잘못 처리하면 우리 정부의 책임으로 귀착된다”며 “지도부가 조직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강하게 지시했다.
‘버닝썬’ 사건에 대해서도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마약류 사용과 성폭력 등이 포함된 불법적인 영업과 범죄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해 묵인·방조·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드러난 범죄 행위 시기와 유착관계 시기는 과거 정부 때 일이지만, 같은 행태가 지금 정부까지 이어졌을 개연성이 없지 않으므로 성역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정치권도 긴장하고 있다. 과거 정부와 연관된 일이어서 자칫 불똥이 자유한국당으로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정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한 ‘만기친람’형 행정권 발동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음지에 있는 사안들은 철저히 진상을 가려야 하지만 버닝썬 사건 관련 은폐·비호 의혹이 문 대통령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유모 총경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조 수석과 청와대를 겨냥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