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연기금 중 국민연금만 기금운용委가 정부에 소속

의결권 직접행사도 한국만
"독립성 강화방안 마련해야"
세계 5대 연기금(자산 기준) 가운데 한국만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이사회나 위원회가 정부 소속이어서 독립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적극 행사하기로 한 만큼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입김이 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캘퍼스)과 일본(GPIF) 캐나다(CPPIB) 네덜란드(ABP)는 한국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해당하는 의사결정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장은 기업이나 학계 출신 전문가가 맡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 소속이고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연금 운용과 관련한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구성도 한국과 해외 연기금 간 차이가 컸다. 일본과 캐나다, 네덜란드는 기금운용위 안에 정부 인사가 없다. 경제·금융 전문가와 기금을 조성하는 사용자·노동자 대표로 구성한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 20명 중 5명이 현직 장·차관이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당연직으로 참가한다.

국민연금이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도 해외 연기금과 다른 점이다.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마련한 뒤 외부 전문기관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한다. 일본은 의결권뿐만 아니라 의결권 행사 지침까지 위탁운용사에 맡기고 있다.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해외 연기금과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 자산 가운데 절반가량(17.1%)이 한국 주식이다.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의 7%로, 액수로는 109조원에 달한다. 네덜란드와 캐나다는 자국 주식 보유 비중이 각각 0.5%와 2.4%에 그친다. 국민연금보다 자국 주식 비중이 높은 일본(25.3%)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지나친 기업 경영 개입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식 직접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