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방만재정부?

현장에서

내년 재정지출 첫 500조 넘을 듯
증가율 경제성장 속도 추월

김일규 경제부 기자
기획재정부는 19일 내년 예산안 편성을 위한 재정정책자문회의를 열고 편성 작업을 본격 시작했다. 회의를 주재한 구윤철 2차관은 “내년은 현 정부 들어 추진한 주요 정책 성과를 가시화해야 한다”며 확장 재정을 예고했다. 2017년 현 정부 출범 후 2년 연속 ‘팽창 예산’을 편성하고도 모자란다며 3년 연속 추가경정예산까지 짜면서다.

내년 재정지출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400조원을 돌파한 지 3년 만이다. 올해 지출 규모(470조원)에 정부의 2018~2022년 재정운용계획상 2020년 지출 증가율(7.3%)을 감안하면 내년 지출은 504조원에 달한다.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경상성장률 4~5%)를 추월하는 증가율이다.기재부는 2017년 현 정부 출범 후 첫 예산 편성 때 이미 ‘균형 재정’을 포기했다. 정권의 복지 확대 공약 실행을 위해 2021년까지 연평균 지출 증가율(5.8%)을 수입 증가율(5.5%)보다 높게 잡았다. 과거 10년간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다 180도 바꿨다.

지난해엔 한 발 더 나갔다.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연평균 지출 증가율을 7.3%로 더 높였다. 수입 증가율은 5.2%로 오히려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출 증가율을 높인 것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려면 세수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재부는 그럼에도 올해 근로장려금(EITC) 등 퍼주기식 세금 감면액을 47조4000억원으로, 작년보다 5조5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게다가 경제 성장세가 약화하면서 세수 확보는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결국 세수 구멍은 ‘적자국채’로 메워야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그대로 국가채무로 쌓인다. 기재부는 이미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지난해 28조8000억원에서 올해 30조1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고스란히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기재부는 과거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는 데 가장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제는 재정이 위기 극복의 마중물은커녕 위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아니라 ‘방만재정부’라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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