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법 어겨가며 '稅감면 현금살포'…기업 R&D 지원은 깎아
입력
수정
지면A6
2019 조세지출 기본계획국가재정법 88조에는 ‘국세감면율이 국세감면 한도 이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무분별하게 세금을 깎아줘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올해 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50조원에 달하는 국세를 감면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며 세금 환급 형태로 저소득층에 뿌려주는 근로장려금(EITC) 규모를 작년 대비 네 배로 늘린 게 주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법이 정해놓은 한도까지 무시하며 세금을 깎고 환급금을 지급하는 것은 모럴해저드”라고 지적했다.분배 개선한다며 현금 뿌리기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9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감면액을 역대 최대인 47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2009년 감면액이 31조1000억원으로 처음 30조원을 돌파한 뒤 10년 만에 50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국세감면 10년새 30조→50조
국세감면액과 국세수입 총액을 더한 금액에서 국세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국세감면율은 올해 13.9%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국세감면 한도인 13.5%를 넘어서는 것이다. 국세감면 한도는 직전 3년 평균 국세감면율에 0.5%포인트를 더해 구한다. 작년 국세감면율은 12.5%, 감면 한도는 14.0%였다.
국세감면액이 국세감면 한도를 초과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2009년 이외에는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도를 초과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EITC 대폭 확대와 지방분권 강화에 따른 지방소비세율 인상”이라고 설명했다.EITC란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 소득자를 대상으로 소득에 비례한 세액공제액이 소득세액보다 많은 경우 그 차액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세금 환급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금을 지급하는 복지정책에 가깝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하는 등 양극화가 심해지자 EITC 확대 카드를 꺼냈다. 지급 규모를 지난해 1조3000억원에서 올해 4조9000억원으로 네 배 가까이 늘렸다. 지급 대상 가구도 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로 두 배로 증가했다. 국내 전체 1936만 가구 중 17%에 EITC를 뿌리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지방분권을 강화한다며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부가가치세수 비율을 11%에서 올해 15%로 올린 것도 감면율을 높였다. 분모에 해당하는 국세수입 총액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3조3000억원 정도의 국세수입이 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 비율을 2020년 21%까지 올릴 계획이어서 앞으로 감면율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 등으로 앞으로 재정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도를 넘어서까지 국세감면을 늘리는 건 후세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세제혜택은 줄여
세 감면 혜택 대상을 개인과 기업으로 분류하면 전체 감면액 47조4000억원 중 73%인 34조7000억원이 개인에게 돌아간다. 기업은 26%에 해당하는 12조3000억원을 감면받는다. 구분이 곤란한 감면액은 1%인 4000억원이다.개인은 감면액이 작년 29조1000억원보다 5조6000억원 늘었다. 반면 기업 감면액은 작년 12조4000억원보다 오히려 1000억원이 줄었다.
기업의 세 감면 혜택이 감소하는 것은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은 늘리고 있지만 연구개발(R&D)과 투자촉진 지원 등은 계속 줄이고 있어서다. 중소기업 세제 지원액은 작년 2조7000억원에서 올해 3조1000원으로 증가한다. 반면 R&D 지원액은 2조9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줄고 전체 감면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9%에서 5.9%로 낮아진다. 투자 촉진과 고용 지원을 위한 감면액도 작년 2조1000억원에서 올해 1조4000억원으로 준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