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앞세운 서울시 '청년공간·마을공동체'…실제 가보니 텅 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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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대는 서울시 혁신사업서울시가 ‘혁신’을 내걸고 추진하는 청년공간, 마을공동체 사업 등이 참여 저조로 일부는 ‘유령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히려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어 포퓰리즘 사업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8억 들인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소통·교류 공간 명목과 달리
건물 비어있거나 대부분 '썰렁'
이들 사업을 총괄하는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실은 100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 대부분을 청년수당, 민간업체 인건비 등 회수가 불가능한 선심성 사업에 집행하고 있다.유령 건물 위탁운영비가 연 5억원
19일 서울 통일로 ‘무중력지대 무악재’ 4층짜리 건물. 서울시가 청년들의 자유로운 커뮤니티 활동과 취업·창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그러나 입구에서 안내하는 직원 1명을 빼곤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직원은 “담당자는 자리를 비웠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2층은 텅 비어 있고 3·4층은 비좁은 공간에 의자와 탁자 몇 개만 놓여 있었다. 인근에 있는 ‘무중력지대 홍제’를 찾아가 보니 네댓 명의 청년이 있었다. 절반은 굳은 표정으로 노트북PC를 하고 있고, 절반은 캡슐형 소파에 파묻혀 자고 있었다.
서울시는 올해 이 같은 ‘청년공간 무중력지대’에 78억원의 예산을 쓴다. 지난해(35억원)보다 예산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는 26억원을 들여 네 곳을 추가로 연다. 기존 일곱 곳을 운영하는 민간업체에 주는 위탁운영금만 30억원이다. 유령 건물인 무중력지대 무악재 위탁운영업체는 올해 4억9000만원을 받아간다.
서울혁신기획관실 올해 세출예산 1089억7300만원 가운데 38.2%인 416억6000만원이 ‘청년 삶의 질 획기적 개선’ 명목으로 청년정책담당관에 편성돼 있다. 5000명에게 6개월간 매월 50만원을 주는 청년수당 예산도 여기서 나온다. 청년정책담당관은 최근 박원순 시장 직속으로 옮기면서 ‘혁신’ 간판을 내리고 ‘청년청’으로 이름을 바꿨다.
무중력지대와 비슷한 사업은 부지기수다. 30억원을 지원하는 ‘청년허브’가 대표적이다. 전액 민간위탁금인 이 예산 절반인 13억4000만원이 업체 인건비로 나간다. 청년활력 프로그램 운영 예산 41억원도 34명의 인건비가 대부분이다.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납세자와 정책 수혜자가 분리된 정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불필요한 조직과 유령 건물을 만들고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돈을 주고 임기 내내 표를 사는 ‘상시 선거운동’”이라고 지적했다.
정체불명 ‘중간지원조직’에 예산 투입
청년정책 예산과 같은 416억원이 배정된 ‘마을사업’도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 청년사업과 마찬가지로 유사 중복 사업이 대부분이다. 올해 83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마을활력소’ 중 한 곳을 찾아갔다. 천연동에 있는 이 건물엔 역시 직원 2명 외에 아무도 없었다. 한 직원이 “이곳은 마을 사랑방”이라고 소개했지만 2층에 올라가 보니 소파, 집기 하나 없는 방 두 개가 덩그러니 보였다.이 사업을 총괄하는 지역공동체담당관 부서는 마을활력소와 유사한 사업인 ‘자치구 마을생태계 조성’과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운영’에 각각 84억원, 55억원을 배정해놨다. 자치구 마을생태계 예산 84억원은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마을자치센터 마을사회적경제센터 등 이름이 비슷한 중간 지원조직에 전부 돌아간다.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예산 55억원도 마을활동가 역량 강화, 중간지원조직 운영 지원, 커뮤니티 거점 6곳 조성 등에 쓰이고 있다.
서울시의 올해 복지 예산은 사상 최대인 11조1000억여원이다. 전체 예산 35조7000억여원의 31%다. 그러나 서울혁신기획관의 마을·청년사업 등과 같은 ‘변형된 복지사업’을 따지면 복지예산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93%가 더불어민주당으로 채워진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의 ‘일방통행 복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말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서울시가 짠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해성/임락근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