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후보물질 신속한 상용화 위해…임상전략 토론의 장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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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연구단계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진입하는 과정을 잘 모르는 과학자와 바이오 기업인이 많습니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려면 신약으로 자랄 수 있는 훌륭한 씨앗을 많이 뿌리는 작업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젊은 연구자 워크숍 'LAB2IND'
의약물질 임상단계 진입까지
애먹는 과학자·기업인들 많아
매년 행사 개최해 정례화할 것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사진)은 지난달 26일부터 1박2일간 열린 중개연구 실전사례 워크숍 ‘LAB2IND’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LAB2IND에서 ‘LAB’은 연구실을, ‘IND’는 임상시험 계획 승인 신청서를 뜻한다. 갓 발견한 의약물질을 어떻게 개발해 임상단계까지 발전시킬 것인지 참가자가 직접 계획해보는 자리다.
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서 120여 명의 지원자가 신청했고 이 가운데 50명이 선발됐다. 5명씩 10팀으로 나뉘어 과제를 수행했다. 대부분 35세 이상 박사급 연구자였다.
10팀은 두 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연구계획서와 TPP(목표약물특성·개발할 의약품의 특성에 대한 설명서)를 작성 및 발표했다. 과제는 바이오의약품인 면역항암제를 화학의약품으로 개발하는 것과 항체약물복합체(ADC)의 독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묵 단장은 “새벽까지 열렬히 토론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김성천 연구개발본부장, 김순남 평가관리팀장 등 사업단 관계자 6명이 멘토로 참여했다. 대상은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 전략을 제시한 팀이 수상했다.수상팀은 상품으로 현금 대신 외식상품권을 받았다. 묵 단장은 “여러 기관에서 온 젊은 연구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대상 수상팀은 후속 연구를 논의하기 위해 행사가 끝나고 또 모였다”고 했다. 참가자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윤엽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 신영근 충남대 약대 교수 등 평가위원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어 유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이 행사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묵 단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 연구자에게 물고기를 직접 잡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2016년부터 대학 기업 연구소 등이 찾은 초기 단계의 의약 물질이 신속히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브릿지’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 그동안 바이오 기업에 물고기를 잡아줬던 셈이다. 현재 다제내성균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 등 5개 과제가 진행 중이다.
그는 “연구자 대다수가 의약 물질을 발견한 뒤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구매자는 완성된 제품을 원하는데 판매자는 미완성 부품을 가져가 이것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개발이 덜 된 물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기술이전하려는 바이오 업체가 여전히 많다”고 주장했다.2016년부터 단장을 맡은 그는 올해 정년 퇴임을 한다. 바이오산업의 최전선에서 발벗고 뛰어온 지난 2년 동안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이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역할이 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묵 단장은 “최근 2년간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이전 금액은 2조원을 넘는다”며 “이 가운데 우리가 임상연구, 기술이전 등을 지원한 파이프라인이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그는 “2020년까지 지원 과제 중 3~4건의 기술이전이 추가로 성사돼 누적 기술이전료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