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백수오 파동'이 나비효과로…국순당, 결국 '관리종목'

국순당 백세주
국내 전통주 1위 업체 국순당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순당은 전날 감사보고서를 통해 4년 연속 영업손실이 확인되면서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관리종목 지정은 기업 경영상 문제를 안고 있으니 그 회사 주식에 투자를 할 때 투자자들이 특히 유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전통주 시장을 사실상 이끌어온 국순당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이 터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토종 약초인 백수오가 대부분 가짜라고 발표하면서다. 이 발표는 소비자원이 검찰, 경찰과 함께 백수오 제품 32개를 수거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였다. 이들은 백수오 대신 '가짜 백수오'로 불리는 이엽우피소를 썼거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해 쓴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백수오를 활용해 다년간 큰 이익을 누려온 내츄럴엔도텍 같은 회사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백수오를 판매한 홈쇼핑들은 백수오 전량에 대해 현금으로 환불 조치를 해줬다. 화장품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속여 판 홈쇼핑 업체들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전통주 제조업체인 국순당도 '가짜 백수오 파동'에 피해를 입은 업체 중 하나였다. 국순당의 대표 제품인 '백세주'에는 백수오 성분이 함유된다. 가짜 백수오 사건이 터지자 국순당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사를 받았고, 원료 창고에 쌓아놨던 백수오에서 일부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국순당은 연간 약 1000만원 규모의 백수오를 농협으로부터 사왔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국순당은 시장에 내놨던 '백세주' 제품 전량을 거둬들였다. 액수로 따지면 약 100억원어치였다. 국순당 관계자는 "제품에서는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전량 회수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국순당은 관리종목의 시발점이 된 그해 8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전까지 백세주는 국순당의 최대 효자 상품이었다. 2000년 초반 소주와 함께 섞어 마시면 '오십세주'가 된다는 마케팅이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하면서 500억원대였던 매출이 2011년에는 1300억원 가까이로 치솟았다. 음식점을 중심으로 백세주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렸고, 백세주는 국순당 전체 매출의 80%를 책임졌다.

그러나 시장에서 한 번 외면 받은 술에 대한 신뢰 회복은 쉽지 않았다. 국순당은 백세주에서 백수오 성분을 빼고 재판매를 시작했지만 음식점 사장님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가짜 백수오'에 대한 이미지 회복은 더뎠다.백세주를 대체할만한 후속 제품도 없었다. 국순당은 백세주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2015년 막걸리 제품을 다변화했지만 이미 탁주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 뒤였다. 탁주시장은 출하량이 2015년 2677kL에서 2017년 457kL로 80% 넘게 줄었다.

국순당은 올해도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5년 연속 영업손실 기업'을 사유로 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 심사까지 받게 된다. 그나마 영업손실 규모가 2015년 83억원에서 2016년 55억원, 2017년 36억원, 2018년 26억원 등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은 위안거리다. 국순당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이 350억원에 달하고 재무 건전성이 양호해 상장 폐지에 이를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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