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로 드러난 포항지진…1년 넘었지만 곳곳이 상처 흔적

흉물로 변한 아파트 철거하지 않고 방치…시 주민과 매입 협의
이재민 269명 아직 대피소·임시시설 생활 "하루빨리 복구" 기대
경북 포항을 뒤흔들었던 규모 5.4 지진 원인이 1년여 만에 인재로 밝혀진 20일 지진 현장에는 아직도 당시 처참함을 보여주는 피해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이날 오후 찾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진앙과 가까운 이 아파트는 전체 6개 동 가운데 4개 동에서 지하층 기둥 파손, 벽면 균열 등 피해가 났다.

폭격을 당한 듯 베란다 유리창 곳곳이 깨졌고 1층 구조물 일부도 무너졌다.

동네 흉물로 전락한 이곳 아파트 입구에는 현재도 '안전사고 및 범죄 예방을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지진 피해로 81가구 주민이 모두 떠난 북구 환여동 대동빌라(4개동)는 최근 재건축을 위한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도 아파트 창문이나 문이 활짝 열려 있고 부서진 벽돌이 널브러져 있어 행정당국은 이곳을 위험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지진 발생 후 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 위험도 평가를 해 주민이 계속 살 수 없다고 판정받은 공동주택은 8곳이다.이 가운데 대동빌라 등 2곳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은 특별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된 흥해읍에 있다.

시는 국비 등을 지원받아 전파 판정을 받은 공동주택 6곳을 매입한 뒤 철거하고 공공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피해 공동주택 매입을 위해 주민과 협의하고 있다"며 "매입·철거 작업을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진 여파로 필로티 구조로 된 원룸 건물 기둥 일부가 뒤틀려 부러질뻔한 피해가 난 곳은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사방에 철판이 설치된 채로 방치돼 있었다.

주민 장효진(20)씨는 "건물 주변에 철판이 설치된 지 꽤 오래됐다"고 말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규모 5.4 지진과 잇따른 여진으로 소파(조금 파손), 반파, 전파 등 피해가 난 것으로 확정이 난 개인시설은 5만5천95건, 학교 등 공공시설은 421건이다.

피해액만 846억원에 이른다.

공공시설의 경우 복구율이 90%를 넘겼지만 개인시설은 피해가 너무 커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심각한 피해로 1년 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재민도 269명에 이른다.

이들은 흥해실내체육관(208명)과 포항시 등이 마련한 임시주거시설(61명)에 흩어져 지내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아직도 지진 피해 고통으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텐트 생활을 하는 이순오(73) 할머니는 "얼마 전 집에 가 봤는데 지진 때 발생했던 금이 더 벌어져 있었다"며 "겁이 나 도저히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또 "정부 조사로 포항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하루빨리 피해 복구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