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포커스]루멘스, 소액주주와 대치…감사선임 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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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광원 제조업체인 루멘스의 소액주주들이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회사가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주총에서 이사회 구성을 무산시킨 뒤 회사와 대화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숙 루멘스 주주모임 대표는 22일 "이번 주주총회에서 모든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해 이사회 구성을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종목토론실에도 전자투표를 통해 '반대'표를 던졌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현재 루멘스 주주모임 52명이 확보한 지분은 약 7.8%다. 현재 최대주주인 유태경 대표를 비롯한 루멘스홀딩스 등은 14.20%를 보유하고 있다.
루멘스는 오는 28일 오전 9시 경기도 용인시 본사 대강당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안건으로는 유태경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비롯해 이경재 노청희 이성우 배대호 상근이사, 김종선 한현철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정기옥 감사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 총 8건이 올라와있다.
주주들이 회사의 주총 안건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주가 하락이다. 지난해 루멘스의 주가는 33.79% 급락했다. 실적 부진 때문이다. 루멘스의 2018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은 197억7724만원으로 전년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순손실도 274억4672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2845억8653만원으로 21.3% 감소했다. 주주들은 회사가 주가 하락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8월10일 루멘스는 8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결정을 공시했다. 발행 시점에서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은 총 215만2852주였다. 10일 장 마감 후 공시가 나간 뒤 다음 거래일인 13일 루멘스 주가는 4.09% 급락했다.
이 사이 유태경 대표는 직접 회사 지분을 매수했다. 지난해 10월16일부터 총 8차례에 걸쳐 사들인 주식은 총 21만7000주에 달한다. 주식 매수에 13억9462만원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유 대표의 루멘스 지분은 0.29%에서 0.76%로 확대됐다.
임원의 자사주 매입은 통상적으로 강한 경영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주들은 회사 명의를 이용하지 않고 유 대표가 개인적으로 지분을 확대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회사 주가 하락을 지분 확대의 기회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후 주가 하락은 지속됐다. CB 발행 이후에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 한 차례 전환가액을 조정했다. 전환가액을 3716원에서 2602원으로 조정하면서 발행할 주식수도 307만4558주로 늘었다. 전환가가 계속 낮아지면 전환권 행사시 신규로 상장할 주식수가 늘어난다. 이는 주당 주식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를 계기로 소액주주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지난 1월 회사 경영진과 면담을 요구했다. 모임 소속 소액주주 4명이 지난 1월8일 루멘스 본사에서 경영진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도 회사 측은 실적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주주들이 당시 회사 측 동의를 얻어 녹음한 자료에 따르면 루멘스 측은 "마이크로 LED 개화 시기가 언제 올 지 모르겠다", "유보금이 800억원이었는데 납품단가가 빠듯하게 조정돼 경영상황이 어렵다"고 해명했다.또 추가 자금이 필요한 만큼 상반기에 유상증자를 시행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마이크로LED 개화 시기가 오면 설비를 깔기 위해서 200억~300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주주들은 "유상증자를 하게 된다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게 어떻겠냐"며 "주가도 더 내려가지 않고, 회사도 자금수혈 받고 좋은 거 아니냐"고 의견을 냈다. 회사는 검토한 뒤 대표랑 상의하고 연락준다고 했다.
하지만 면담 이후 회사 측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주식담당자는 주주들과 연락을 피하고 있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주주들은 "실적발표날인 지난달 27일 이후부터 모든 내선전화를 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 주주 A씨(34)도 "3일째 전화를 20통 넘게 모든 내선번호로 다 해봤지만, 회사에 연락을 받는 사람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병숙 주주모임 대표는 "주식담당자 번호를 어렵게 알아내서 통화했지만, 앞으로 다른 업무도 같이 맡아서 바쁘니 전화를 못 받는다는 말 뿐이었다"며 "할 말이 있으면 주주총회에 직접 와서 얘기하라는 식이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회사가 의결권 대행업체를 선정해 위임장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주주들은 발끈했다. 주주 A씨는 "최근 의결권 대행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주주와의 공식소통은 거부하면서 뒤로는 위임장은 받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모임으로 모인 주주들은 단기투자자가 아니라 대부분 2~3년간 루멘스를 투자하고 있다"며 "마이크로 LED 개화를 염두해 10만주, 30만주를 보유한 주주들이 많은 만큼 회사가 주주들과의 소통창구를 열고 경영의지를 보여주길 원한다"고 했다.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이 전혀 없다고 공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사업계획이 구체화돼야 하는 데 그 단계가 선행되지 않아서 따로 주주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는 것"이라며 "현재 감사보고서 제출도 지연될 정도로 주총 준비로 회사가 정신이 없는 만큼 주주들의 연락을 일일이 못받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양해해주셔야 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감사보고서는 이르면 오는 25일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날 루멘스 주가는 7.56% 급락했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됐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여파다.루멘스와 소액주주들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오는 28일 주총에서는 표대결이 예상된다. '3%룰'로 인해 감사 선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룰이란 상장사의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말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김병숙 루멘스 주주모임 대표는 22일 "이번 주주총회에서 모든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해 이사회 구성을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종목토론실에도 전자투표를 통해 '반대'표를 던졌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현재 루멘스 주주모임 52명이 확보한 지분은 약 7.8%다. 현재 최대주주인 유태경 대표를 비롯한 루멘스홀딩스 등은 14.20%를 보유하고 있다.
루멘스는 오는 28일 오전 9시 경기도 용인시 본사 대강당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안건으로는 유태경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비롯해 이경재 노청희 이성우 배대호 상근이사, 김종선 한현철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정기옥 감사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 총 8건이 올라와있다.
주주들이 회사의 주총 안건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주가 하락이다. 지난해 루멘스의 주가는 33.79% 급락했다. 실적 부진 때문이다. 루멘스의 2018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은 197억7724만원으로 전년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순손실도 274억4672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2845억8653만원으로 21.3% 감소했다. 주주들은 회사가 주가 하락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8월10일 루멘스는 8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결정을 공시했다. 발행 시점에서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은 총 215만2852주였다. 10일 장 마감 후 공시가 나간 뒤 다음 거래일인 13일 루멘스 주가는 4.09% 급락했다.
이 사이 유태경 대표는 직접 회사 지분을 매수했다. 지난해 10월16일부터 총 8차례에 걸쳐 사들인 주식은 총 21만7000주에 달한다. 주식 매수에 13억9462만원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유 대표의 루멘스 지분은 0.29%에서 0.76%로 확대됐다.
임원의 자사주 매입은 통상적으로 강한 경영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주들은 회사 명의를 이용하지 않고 유 대표가 개인적으로 지분을 확대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회사 주가 하락을 지분 확대의 기회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후 주가 하락은 지속됐다. CB 발행 이후에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 한 차례 전환가액을 조정했다. 전환가액을 3716원에서 2602원으로 조정하면서 발행할 주식수도 307만4558주로 늘었다. 전환가가 계속 낮아지면 전환권 행사시 신규로 상장할 주식수가 늘어난다. 이는 주당 주식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를 계기로 소액주주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지난 1월 회사 경영진과 면담을 요구했다. 모임 소속 소액주주 4명이 지난 1월8일 루멘스 본사에서 경영진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도 회사 측은 실적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주주들이 당시 회사 측 동의를 얻어 녹음한 자료에 따르면 루멘스 측은 "마이크로 LED 개화 시기가 언제 올 지 모르겠다", "유보금이 800억원이었는데 납품단가가 빠듯하게 조정돼 경영상황이 어렵다"고 해명했다.또 추가 자금이 필요한 만큼 상반기에 유상증자를 시행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마이크로LED 개화 시기가 오면 설비를 깔기 위해서 200억~300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주주들은 "유상증자를 하게 된다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게 어떻겠냐"며 "주가도 더 내려가지 않고, 회사도 자금수혈 받고 좋은 거 아니냐"고 의견을 냈다. 회사는 검토한 뒤 대표랑 상의하고 연락준다고 했다.
하지만 면담 이후 회사 측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주식담당자는 주주들과 연락을 피하고 있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주주들은 "실적발표날인 지난달 27일 이후부터 모든 내선전화를 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 주주 A씨(34)도 "3일째 전화를 20통 넘게 모든 내선번호로 다 해봤지만, 회사에 연락을 받는 사람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병숙 주주모임 대표는 "주식담당자 번호를 어렵게 알아내서 통화했지만, 앞으로 다른 업무도 같이 맡아서 바쁘니 전화를 못 받는다는 말 뿐이었다"며 "할 말이 있으면 주주총회에 직접 와서 얘기하라는 식이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회사가 의결권 대행업체를 선정해 위임장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주주들은 발끈했다. 주주 A씨는 "최근 의결권 대행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주주와의 공식소통은 거부하면서 뒤로는 위임장은 받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모임으로 모인 주주들은 단기투자자가 아니라 대부분 2~3년간 루멘스를 투자하고 있다"며 "마이크로 LED 개화를 염두해 10만주, 30만주를 보유한 주주들이 많은 만큼 회사가 주주들과의 소통창구를 열고 경영의지를 보여주길 원한다"고 했다.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이 전혀 없다고 공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사업계획이 구체화돼야 하는 데 그 단계가 선행되지 않아서 따로 주주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는 것"이라며 "현재 감사보고서 제출도 지연될 정도로 주총 준비로 회사가 정신이 없는 만큼 주주들의 연락을 일일이 못받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양해해주셔야 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감사보고서는 이르면 오는 25일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날 루멘스 주가는 7.56% 급락했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됐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여파다.루멘스와 소액주주들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오는 28일 주총에서는 표대결이 예상된다. '3%룰'로 인해 감사 선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룰이란 상장사의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말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