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는 사실상 일본과의 FTA…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접근"

한경 밀레니엄포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성 장관,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산업 혁신’을 수차례 반복해 강조했다. “모든 산업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자세로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수출과 투자가 부진에 빠졌고 제조업의 성장동력이 약해지는 데다 4차 산업혁명과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어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진단이다. 성 장관은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주력산업과 신산업 대책을 시리즈로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 상반기 안에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로봇,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재생에너지 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통상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적극 방어했다. 성 장관은 “미국이 예고한 자동차 관세 조치 등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며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인수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제조업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혁신전략이 정말 중요한데 관련 대책과 프로젝트가 너무 자주 바뀐다. 단기 대책만 마련할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성 장관=기술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5년, 10년 단위 실행계획은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부는 제조업의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되 실행계획은 민간과 협의해 그때그때 마련하려 한다.▷강 회장=바이오산업은 중요한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 약가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불협화음이 나오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의 위험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성 장관=맞는 지적이다. 그래서 산업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협업해 바이오산업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제약, 의료기기, 헬스케어 등 세 분야로 나눠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 신약 개발 지원책도 포함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오늘날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약해진 데는 새로운 시도와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탓이 크다. 규제 샌드박스로 혁신을 촉진한다고 하지만 건별로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는 것에 그친다고 본다. 신산업은 일단 허용한다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를 전면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성 장관=기업가정신 복원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규제 혁신도 규제 샌드박스를 넘어 전면적인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 다만 안전·생명 등의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충돌하는 규제도 적지 않아 한번에 모든 걸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달라.

▷하 교수=탈(脫)원전,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수출도 탈원전 기조 속에선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관한 의견을 묻고 싶다.

▷성 장관=에너지 전환 정책은 다른 나라보다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원전 수출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고 한국 원자력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전 해체, 핵융합 등의 분야도 육성을 추진하겠다.▷현정택 인하대 국제학부 초빙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한국과 경제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인 일본과 FTA가 체결돼 있지 않다. 양자 FTA가 부담스럽다면 일본이 포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것이 대안인데 정부는 이마저도 소극적이다.

▷성 장관=일본과 FTA는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으로 실천하느냐가 문제다. 다자간 FTA인 CPTPP에도 관심이 있고 한·중·일 FTA뿐 아니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도 하고 있다.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르노삼성이 임금·단체협상 결렬 등 노사 갈등으로 위기에 처했다. 한국GM, 현대자동차도 노사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성 장관=고질적인 노사 갈등은 우리가 꼭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자동차 분야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함께 모인 노사정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김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컨트롤타워가 없어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 장관=수소경제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수소경제활성화법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법을 통해 컨트롤타워 지정 등 정책 추진 체계를 명확히 할 것이다.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한국 산업의 위기는 중국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생긴 측면이 크다. 정부의 대(對)중국 전략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성 장관=중국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잘 활용해야 할 대상이다. 양국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라는 과제를 공유하고 있어 협업할 분야도 많다.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외국인투자에 주어지던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이 올해 말 없어져 외국인투자가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완 대책이 있는가.

▷성 장관=세금 지원을 없애는 대신 현금 지원, 입지 지원 등 대책을 발굴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외국 기업이 투자하고 싶게끔 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다른 지역에 어떻게 확산시킬 계획인지 궁금하다.

▷성 장관=현대차가 참여한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줄여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다른 업종은 형태가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주민이 투자 주체로 나서는 지역주민 참여형 상생도 가능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보에 방점을 둔 유형도 생각할 수 있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역내 산업·경제협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이에 관한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성 장관=한국은 개방형 경제 체제이고 글로벌 가치 사슬이 여러 형태로 달라지고 있어 역내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중국·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유라시아 국가와 공조하기 위해 신남방·신북방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 추진되고 있지만 일본, 중국, 유럽연합(EU)의 공정당국 심사를 통과할지 미지수다.▷성 장관=대우조선의 재도약을 위해선 주인 찾아주기가 꼭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성공한다면 전체 조선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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