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희생자 71년 만에 다시 재판

대법원, 재심 개시 결정
"군·경이 무차별 체포·감금"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민간인 희생자의 재심결정에 대한 재항고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들이 71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내란 및 국권문란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고(故) 장모씨 등 3명의 유가족이 재심을 청구한 사건에서 검사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순천 시민 장씨 등은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사형당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 절차와 재판 과정, 판결문 등 아무런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순사건을 직권조사해 군과 경찰이 438명의 순천지역 민간인을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장씨의 유족 등이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1·2심은 “당시 판결문에 구체적인 범죄사실 내용과 증거 요지가 기재되지 않았고, 장씨 등은 물론 다른 희생자들에 대한 영장의 존재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법원이 발부한 사전·사후 구속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감금됐다”고 판단해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도 원심 결정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문이 발견되지 않아 재심 대상이 되는 판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에 대해선 “판례에 따르면 판결서가 판결 그 자체인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이번 재심 결정은 여순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들에 대해선 처음이다. 장씨 등에 대한 재심 재판은 조만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