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노이결렬 후 첫 제재…최대압박 고삐 죄며 빅딜 관철 추진

北 단계접근·제재해제 요구에 최대압박 응수…中에 제재공조 강력 압박
선박통한 北불법환적 원천봉쇄 추진…주의보 대상에 韓선박 포함 주목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회피를 겨냥해 중국 해운사와 각국 선박 수십척에 대한 조치에 나선 것은 최대압박을 통해 미국의 빅딜 접근을 관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단계적 접근과 일부 제재 해제 요구를 고수하는 등 북미간 긴장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 및 주의보 발령 조치를 통해 불법 선박 환적을 통한 북한의 제재회피를 원천봉쇄하고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중국 해운사에 대한 표적 제재로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공조를 압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의보 발령 대상에 한국 선적의 선박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의 제재회피를 도운 혐의로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 등 2개의 중국 해운사를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시작한 이후로도 대북 관련 제재를 계속해왔고 이번 제재 대상이 해운사 두 곳에 불과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단행된 첫 제재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단계적 접근을 내세우며 비핵화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최대압박 기조로 맞대응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빅딜 접근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부터 제기한 일부 제재 해제 요구에 대해 추가 제재로 응수함으로써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뜻을 거듭 전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끈 가장 강력한 요인이 제재라고 보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빅딜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최대압박의 고삐를 죄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이날 제재 및 주의보 발령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협력국들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이행이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중차대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정부는 추가 제재 대상으로 중국 해운사 두 곳을 지목, 중국 정부에 대북제재 이행 공조를 압박했다.

대북압박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미국 정부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는 현재 시점에서 중국을 공조의 틀에 확실히 묶어두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은 올해 북한을 충분히 거세게 압박하는 문제에서 정말로 열쇠를 쥘 수 있다"면서 중국의 공조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을 함께 언급해 무역협상과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연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미 재무부 OFAC는 불법환적 주의보를 갱신하면서 북한의 정제유 및 석탄 불법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및 각국 선박을 무더기로 포함시켰다.

지난해 2월 주의보 리스트에 북한 선박 24척만 들어갔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엔 북한 및 각국 선박 95척으로 그 수가 대폭 늘어났다.

불법 환적을 통한 제재의 누수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북한에 빠져나갈 구멍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풀이된다.

미 정부는 지난해 북한이 불법환적으로 유엔 안보리가 정한 정제유 상한(50만 배럴)의 7.5배에 달하는 378만 배럴을 확보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환적으로 인한 제재 누수 추정 규모를 적시함으로써 북한이 불법환적으로 대규모 제재회피를 감행하고 있음을 부각한 것이다.

지난해 2월의 주의보 리스트에는 정제유 불법환적이 의심되는 북한 선박만 거론했으나 이번에는 석탄 불법환적 의심 선박 49척을 리스트에 추가한 것도 눈에 띈다.

이 중 북한 선박이 33척으로 북한의 핵심 수출품목인 석탄의 불법 반출도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해온 볼턴 보좌관은 지난 3일 "미국의 최대압박 작전이 계속될 것이고 김정은에 진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조치는 볼턴 보좌관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단행된 조치인 셈이다.

이 리스트에는 루니스(LUNIS)라는 한국 선적의 선박도 포함됐다.

OFAC는 이 선박이 북한의 불법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만 밝혔을 뿐 추가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미국 정부가 주의보 리스트에 한국 선박을 포함한 것을 두고 한국 정부에 모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