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성형외과, '장부' 안 뺏기려 경찰과 '신경전'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받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내사 중인 경찰이 해당 병원에 대한 현장 점검을 이틀째 벌이고 있다.

경찰은 21일 전날에 이어 강남구 청남동 H성형외과에서 가료 확보를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병원 측에 진료기록부, 마약부 반출입대장 등에 대한 임의제출을 요구했으나 병원은 이를 거부했다. 일부 경찰들은 원장을 만나기 위해 병원을 떠나지 않고 밤새 현장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진 사장의 진료기록부와 병원 측 마약부 관리대장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 관련 서류 제출을 거부하면서 수사기관과 병원의 대치가 시작됐다. 애초 3시간이면 끝날 거라고 예상된 점검이 밤새도록 이어진 이유다.

서류 제출 여부를 결정할 병원장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병원장을 만나기 위해서 밤새 현장을 지킨 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병원 측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처음 제기한 제보자도 접촉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뉴스타파는 이부진 사장이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보자는 2016년 청담동 H성형외과에서 직원으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이부진 사장이) 직원만 쓰는 지하주차장을 통해 병원으로 들어왔다. VIP 전용 관리실이 있는데 오랫동안 안 나오시더라. 나중에 일하는 선생님께 들어보니 '(프로)포폴 맞으러 온 거라고. 좀 됐다고'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한달에 최소 두 번 오셨다. 성형외과에 연락을 했던 것은 한달에 세 네 번 됐다. 원장님이 잘라내다가 마지 못해 오시라고 했다.11시~12시 쯤, 혹은 아침 9시에 오시기도 했다. 검은 옷을 입고 맨 얼굴로 쓱 와서 바로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경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 해당 병원 현장조사 /사진=연합뉴스
이부진 사장이 VIP 룸에서 뭘 했냐는 질문에 제보자는 "(주사를 맞고 있어) 계속 주무시는 상태다. 화장실도 식사를 할 필요도 없고 계속 주무신다"고 설명했다. 제보자가 기억하는 이부진 사장은 프로포폴에 중독된 것 처럼 보였다고.

그는 "(이 사장이) 원장에게 전화를 다시 해주면 조금만 더 맞고 가겠다고 했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병원 전화로 제가 전화를 했고 원장님이 더 이상 투약은 안된다고 말씀드리라고 했다. 말 했더니 본인이 원장에게 전화를 해서 안된다는 거 알고 정리하시고 나오셨다"고 말했다.이어 "(VIP룸) 뒤처리를 한 번 한 적이 있다.두 박스 이상 나왔다. 한 박스에 열개 이상 들어가있다. 200ml 가까이 들어있다. 수술하는 환자도 한 박스 이상 사용한 적이 없다.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맞았다. (주사를) 뺄 때도 '더 해달라'는 말을 직접했다"고 덧붙였다.

프로포폴 과다 투약으로 수면무호흡증이 생길까 두려워 원장과 제보자가 번갈아 가면서 이부진을 지켜봤다고 한다. 한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적절한 양을 쓰게 되면 안전한 약품이지만 과량 쓰게 됐을 때는 호흡 억제, 서맥, 저혈압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성인 60kg일 경우 6ml~12ml를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 매체는 해당 병원에서 프로포폴 관리가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이부진 사장에게 다량의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환자에게 주사한 프로포폴을 '뻥튀기' 하는 등 향정신성의약품 관리 대장을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호텔신라 측은 "이 사장이 지난 2016년 왼쪽 다리에 입은 저온 화상 봉합수술 후 생긴 흉터 치료와 눈꺼풀 처짐 수술 소위 안검하수 수술을 위한 치료 목적으로 해당 병원을 다닌 적은 있지만 보도에서 처럼 불법 투약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른바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은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박시연, 이승연, 장미인애 등 일부 연예인들이 상습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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