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규제 신속대응 뉴질랜드와 대비된 美…"25년째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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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한시 규제 이후 무방비…총기업계 유착 정치권이 장벽
'뉴질랜드식' 규제 반향…민주 대선후보들, 총기규제 강화 한목소리50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총기 테러 참사 직후 신속하게 총기규제 강화에 나선 뉴질랜드의 대응 능력이 부각되면서 25년째 총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미국 사회의 난맥상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대량 살상이 가능한 군대식 돌격용 자동소총 및 반자동 소총의 판매를 즉각 금지하고 이미 판매된 총기를 정부가 되사들이는 '바이백'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광범위한 총기규제 강화 조치는 지난 15일 테러 참사가 발생한 뒤 불과 엿새 만에 나왔다.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 세계를 통틀어 총기 참사 이후 정부에 의해 취해진 '가장 신속한 조치'라고 평가했다.이웃 나라인 호주는 1996년 태즈메이니아의 휴양지인 포트 아서에서 28살 청년의 총기 난사로 35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총기법을 손질하기까지 열흘이 걸렸다.
1996년 3월 스코틀랜드에서 유사한 총기 참사를 경험한 영국의 경우 총기규제 강화에 7개월이 소요됐다.
이처럼 발 빠른 대응으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는 뉴질랜드를 씁쓸하게 바라보는 나라가 있다.지난 25년간 총기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미국이다.
총기 참사 대표 국가라는 오명을 가진 미국에선 연방정부 차원에서 1994년 한시 도입한 규제가 가장 최근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돌격용 총기의 제조·판매는 금지했으나 이미 시중에 풀린 총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아 '반쪽짜리'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이마저 10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됐고, 2004년 규제 만료 뒤에는 이렇다 할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아 미국은 지금도 사실상 '총기 천국'으로 남아 있다.
현재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심지어 법적으로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 청소년조차 반자동 소총인 'AR-15'를 구매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AR-15는 뉴질랜드 총기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28)가 범행 당시 사용한 총기다.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고 뉴질랜드와 같은 대형 총기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쉽지 않은 것은 관련 업계와 밀접한 관계인 보수 정치인들이 최소한의 총기규제마저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교적 총기규제에 우호적인 민주당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총기규제가 정치적으로는 득이 될 게 없는 이슈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뉴질랜드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미국 내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정치권에도 각성을 불러일으킨 효과는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2020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트위터에서 "우리도 뉴질랜드의 뒤를 따라야 한다.
미국총기협회(NRA)에 맞서 돌격용 총기의 판매·보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민주당 대선후보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도 트위터를 통해 "전쟁에서나 사용될 법한 총기는 거리나 학교, 종교시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이는 내가 대통령으로서 치르려 하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이들을 포함해 일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뉴질랜드가 취한 조치에는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이미 나름대로 돌격용 총기를 규제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뉴질랜드식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국인 총기 소유권을 주장하는 NRA 측은 "미국은 뉴질랜드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그들과 달리 무기를 들고 자신을 방어할 불가양의 권리를 갖는다"고 반박했다.NRA 측은 뉴질랜드 사례를 따르려면 일반 국민의 무기 소유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the Second Amendment)를 바꿔야 하는 것은 물론 시중에 판매된 총기를 되사려면 2억 달러(약 2천258억원)의 혈세가 낭비된다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연합뉴스
'뉴질랜드식' 규제 반향…민주 대선후보들, 총기규제 강화 한목소리50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총기 테러 참사 직후 신속하게 총기규제 강화에 나선 뉴질랜드의 대응 능력이 부각되면서 25년째 총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미국 사회의 난맥상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대량 살상이 가능한 군대식 돌격용 자동소총 및 반자동 소총의 판매를 즉각 금지하고 이미 판매된 총기를 정부가 되사들이는 '바이백'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광범위한 총기규제 강화 조치는 지난 15일 테러 참사가 발생한 뒤 불과 엿새 만에 나왔다.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 세계를 통틀어 총기 참사 이후 정부에 의해 취해진 '가장 신속한 조치'라고 평가했다.이웃 나라인 호주는 1996년 태즈메이니아의 휴양지인 포트 아서에서 28살 청년의 총기 난사로 35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총기법을 손질하기까지 열흘이 걸렸다.
1996년 3월 스코틀랜드에서 유사한 총기 참사를 경험한 영국의 경우 총기규제 강화에 7개월이 소요됐다.
이처럼 발 빠른 대응으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는 뉴질랜드를 씁쓸하게 바라보는 나라가 있다.지난 25년간 총기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미국이다.
총기 참사 대표 국가라는 오명을 가진 미국에선 연방정부 차원에서 1994년 한시 도입한 규제가 가장 최근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돌격용 총기의 제조·판매는 금지했으나 이미 시중에 풀린 총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아 '반쪽짜리'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이마저 10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됐고, 2004년 규제 만료 뒤에는 이렇다 할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아 미국은 지금도 사실상 '총기 천국'으로 남아 있다.
현재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심지어 법적으로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 청소년조차 반자동 소총인 'AR-15'를 구매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AR-15는 뉴질랜드 총기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28)가 범행 당시 사용한 총기다.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고 뉴질랜드와 같은 대형 총기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쉽지 않은 것은 관련 업계와 밀접한 관계인 보수 정치인들이 최소한의 총기규제마저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교적 총기규제에 우호적인 민주당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총기규제가 정치적으로는 득이 될 게 없는 이슈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뉴질랜드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미국 내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정치권에도 각성을 불러일으킨 효과는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2020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트위터에서 "우리도 뉴질랜드의 뒤를 따라야 한다.
미국총기협회(NRA)에 맞서 돌격용 총기의 판매·보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민주당 대선후보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도 트위터를 통해 "전쟁에서나 사용될 법한 총기는 거리나 학교, 종교시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이는 내가 대통령으로서 치르려 하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이들을 포함해 일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뉴질랜드가 취한 조치에는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이미 나름대로 돌격용 총기를 규제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뉴질랜드식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국인 총기 소유권을 주장하는 NRA 측은 "미국은 뉴질랜드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그들과 달리 무기를 들고 자신을 방어할 불가양의 권리를 갖는다"고 반박했다.NRA 측은 뉴질랜드 사례를 따르려면 일반 국민의 무기 소유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the Second Amendment)를 바꿔야 하는 것은 물론 시중에 판매된 총기를 되사려면 2억 달러(약 2천258억원)의 혈세가 낭비된다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