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심장부 관할하는 서울 강남경찰서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

사진=연합뉴스
버닝썬과의 유착 관계 의혹으로 졸지에 수사대상이 된 서울 강남경찰서는 경찰내에서 고속승진 코스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역대 강남경찰서장 38명 중 치안감 이상 승진자가 17명 이상으로 절반 가까이 된다. 치안감은 경찰 내 엘리트 중에서도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할 정도로 승진하기 어려운 계급이다.

강남경찰서는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도 두 명 배출했다. 이무영 전 경찰청장(9대), 이팔호 전 경찰청장(12대)가 강남서장을 거쳤다. 이무영 전 청장은 1988년 6월부터 1989년 6월까지, 이팔호 전 청장은 1991년3월부터 1992년7월까지 강남서장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그러나 강남경찰서는 동시에 ‘비리의 성지’로도 통한다. 강남권에서 최근 5년간 유흥·불법업소 등에서 금품 상납을 받아 적발된 경찰만 11명에 달할 정도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최근 5년간 유흥.불법업소 등 단속무마 상납 관련 징계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1월30일까지 11명이 유착 비위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이들이 받은 금품 및 향응 수수 금액은 28만7500원부터 4330만원까지 다양했다.

경찰관들 사이에서 강남서장이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이유다. 출세코스로 볼 수도 있지만 언제 소속 경찰관 중 유착비리가 터질 지 모른다는 폭탄 역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경찰 정보관은 “유착 비위로 적발됐다고 하면 대부분 강남경찰서”라며 “경찰서를 거쳐가는 서장 한 명이 뿌리뽑기 어려워 자기 임기 내엔 문제가 없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