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거나 동료와 귀가"…브렉시트 혼란에 의원 신변 우려

정치권 향한 분노 커져…정치인 겨냥 폭력행위 발생 우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돼 정치권을 향한 분노가 커지면서 하원의원들에게 신변 안전을 위해 의회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고 미국 CNN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CNN이 입수한 이메일에 따르면 영국 하원의 린지 호일 부의장은 전날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달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하는 방안을 EU 측에 요청했다고 밝힌 직후 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같이 권고했다.

호일 부의장은 의회 경호대에 의원들이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의회 구내에서 택시를 타고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하원에서 활동하면서 이 정도 수준의 긴장감을 느껴본 적이 없고 다른 동료의원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안다"면서 "많은 동료가 이미 공격적인 행위와 위협을 경험했다"고 말했다.그는 의원들에게 각자의 안전을 위해 몇 가지 간단한 조처를 할 것을 제안하면서 의회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거나 동료와 함께 움직이라고 밝혔다.

호일 부의장은 또 "긴장감과 격렬한 정서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경고했다.

CNN은 이러한 상황은 대중이 그들의 분노를 폭력을 통해 표출하는 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영국이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의회 밖에서는 2년 넘게 브렉시트 찬반 양측이 모여 각자의 구호를 외쳐왔지만, 최근 브렉시트 시한이 임박하면서 그 양상은 더욱 위협적으로 변했다.

CNN은 한 브렉시트 지지 단체가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에게 모욕적인 말을 퍼부으면서 괴롭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원들이 의회로 걸어가거나 언론 인터뷰를 할 때 시위대에 둘러싸여 떠밀리는 일도 당했다는 것이다.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반대해 최근 집권 보수당에서 탈당, 이미 수십명의 의원이 탈당해 구성한 '독립그룹'에 합류한 애나 서브리 의원의 경우 지난 1월 "거짓말쟁이", "배신자", "나치"라는 말을 들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며칠 앞두고는 EU 잔류를 지지하던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이 우파 극단주의 괴한에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하는 스티브 브레이는 자신도 빈번하게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이 총리가 지난 20일 TV로 중계된 대국민 성명을 통해 브렉시트가 연기된 책임을 하원에 돌리자 의원들이 격분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메이 총리는 당시 성명에서 "지금까지 의회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했다"고 비난했다.

웨스 스트리팅 노동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메이 총리는 하원의원들이 살해 협박을 받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메이 총리의 연설은 폭력과 분노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그는 만약 의원 중 누구든 해를 입는다면 메이 총리는 자기 몫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